공화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71)은 '컴백 키드(come back kid)'로 불린다.월남전에서 5년이 넘는 포로 생활을 하다가 돌아온 영웅이라는 뜻이다.이런 별명에 걸맞게 그는 초반전의 열세를 극복하고 공화당 대선후보 자리를 거머쥐는 저력을 발휘했다.매케인은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하는 것으로 공화당 대선후보로서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매케인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해군 제독을 지낸 군인 집안 출신이다.1958년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해군 조종사로 근무했다.월남전에 참전했던 1967년 전투기가 격추되면서 5년반 동안 포로 생활을 했다.이때 고문으로 어깨가 부러지는 고통을 겪기도 했다.당시 매케인의 부친이 미 태평양함대 제독이라는 것을 안 월맹군은 타 미군 포로보다 먼저 석방할 것을 제안했으나 매케인은 '전쟁 포로는 생포된 순서에 따라 석방돼야 한다'는 행동강령을 내세워 거부했다.그 후 '월남전의 영웅'으로 귀환했으며 포로생활을 담은 책 '나이팅게일의 노래'는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이런 이력에 걸맞게 그는 애국심과 원칙론을 강조한다.특히 외교정책에서 그렇다.이라크 전쟁이 미궁에 빠져들던 지난해 상당수 사람들이 이라크 철군을 주장할 때 그는 추가 파병을 고집스레 주장했다.이란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군사적 대응을 배제하지 말아야 하며 북한 같은 불량 정권을 막기 위해 미사일방어체제(MD)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강경론자이기도 하다.이런 원칙적인 모습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국면에 처한 미국을 이끌 만한 인물로 공화당 유권자들의 마음에 각인된 것이 승리 요인으로 꼽힌다.

매케인의 경제정책은 현재의 조지 부시 행정부와 비슷하다.부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영구감세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조세율을 35%에서 25%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또 재정적자 축소를 지향한다.대외 무역정책의 경우 자유무역주의자다.미국은 최대의 생산국이자 소비국이고 투자국이자 채무국인 만큼 경쟁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며 국제 경제는 개방돼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이민자나 에너지 문제 등에서는 골수 공화당원에 비해 중도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논란이 됐던 관타나모 군사기지 수감시설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해 근본주의 공화당원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민주당의 에드워드 케네디 의원과 의기투합해 교육과정 개편을 주도하기도 했다.이러다 보니 골수 공화당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는 게 여전히 주된 과제로 남아 있다.

민주당에 비해 일찌감치 대선후보로 확정된 매케인은 자신감에 차 있다.그는 후보로 확정된 직후 가진 연설에서 "신에게서 부여받은 권리를 지켜온 미국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태어났다"고 밝혀 강력한 국가관을 드러냈다.이어 "허황된 약속과 내용 없이 말만 번지르르한 논쟁을 앞세우는 선거운동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차별화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아울러 이달부터 전국 투어를 실시해 혼전 양상인 민주당의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현재로선 매케인이 민주당 후보들보다 유리하지 않다.그렇지만 전쟁에서 살아 오고 불리한 선거판을 승리로 이끈 매케인이 본선에서마저도 승리를 거머쥐어 '최고령 대통령'으로 기록될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