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계 출신 해결사 왕치산.'

월스트리트저널은 5일 왕치산 전 베이징 시장(60)을 이렇게 묘사하고 이날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ㆍ국회)를 통해 금융과 무역을 총괄할 부총리로 기용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왕 전 시장은 지난해 공산당 대회에서 30여명의 최고 지도부로 구성된 당 정치국에 진입하면서부터 부총리 승진설이 나돌았다.

왕 전 시장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유는 끊임없이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온 그의 이력 때문이다.야오이린 전 부총리의 사위라는 이유로 태자당(공산당 원로 후손) 계열로 분류되는 그는 중국 4대 국유은행의 하나인 건설은행 행장 시절 모건스탠리와 합작해 중국 최초의 투자은행인 CICC를 만들면서 외국계 금융권과의 탄탄한 인맥을 쌓기 시작했다.광둥성에서 2개 신탁회사의 파산으로 100억달러를 떼일 처지에 놓인 외국계 은행들이 중국에 대한 대출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협박한 1990년대 후반 소방수로 긴급 투입된 그는 골드만삭스를 중개자로 끌어들여 일촉즉발의 위기에 몰렸던 중국 금융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2003년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은폐로 중국이 또다시 세계로부터 외면받을 상황에 몰렸을 때도 그는 소방수 역할을 해냈다.멍쉐눙 베이징 시장이 물러난 자리에 기용돼 매일 사스 환자 숫자를 공개하는 등 정면 돌파에 나섬으로써 신뢰를 되찾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골드만삭스 재직 때 왕 전 시장을 알게 된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은 월지와의 인터뷰에서 "왕 전 시장은 시장을 이해하고 어떻게 의사소통하는지를 안다"며 "엄청난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일반 중국 관료들과는 달리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인민은행 부행장까지 지낸 그를 중국에선 '리틀 주룽지'로 묘사한다.대외 개방이 중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고 주창해온 주 전 총리의 스타일을 빼다 박았다는 점에서다.중국의 금융시장 개방과 위안화 환율 체제 개혁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