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놀보다 독성이 5배나 강한 포르말린이 먹는 물 법정 수질검사 항목이 아니라서 발표하지 않았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페놀 유입 사태가 발생한 지 나흘이나 지난 5일 오후 낙동강에 발암 물질인 포르말린이 대량 유입됐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낙동강 유역 주민 전체가 또다시 수돗물 불안에 떨어야 했다.사고 당일 대구지방환경청 검사에서 검출되지 않았던 포르말린이 수자원공사의 측정 결과 검출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환경 당국의 대응 방식을 살펴보면 어처구니가 없다.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사고 당일 구미 광역취수장 상류 지점에서 포르말린을 검출했지만 검사 항목에 포함이 안 돼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환경청도 "포르말린은 화재 속에서 다 증발하기 때문에 물 속에 녹아 유출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폈다.지난 3일 오후 중단했던 취수 작업을 재개한 대구시 관계자는 "당시에도 포르말린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포르말린 누출량이 환경청의 주장처럼 기준치에 미치지 않아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그러나 사고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행정기관 간 업무협조체계 미비는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감을 증폭시켰다.포르말린 검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 관계기관 간 정보도 공유되지 않았고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되지 않았다.

환경청은 "포르말린 이외 정보는 모두 공유했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설득력을 얻기 힘든 상황이다.낙동강 유속 측정이 제대로 되지 않아 대구지역 페놀 유입 강물의 도달 시간이 무려 11시간이나 차이 나기도 했다.다량의 포르말린에 오염된 물이 그대로 공급됐을 경우를 가정하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는 게 대구 주민들의 반응이다.

현재 폭발 사고로 유출된 포르말린이 최대 30㎏ 정도로 추산된다는 코오롱유화 측의 해명 이외 유출량을 알 수 있는 근거는 남아 있지 않다.하지만 이미 페놀 유출 사고의 악몽을 겪은 낙동강 유역 주민들에게 이번 사건은 또 하나의 무책임 행정 사례로 기록될 수밖에 없게 됐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