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해외 자금 조달이 빡빡해진 한국 기업들이 일본의 사무라이본드(엔화 표시 채권) 발행시장으로 몰리고 있다.일본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타격이 작은 데다 최근 한국에 대한 일본인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서다.

우리은행 기업은행 신세계 등 국내 기업과 기관 9곳은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위해 5일 일본 도쿄 데이코쿠호텔에서 '공동 투자설명회'를 열었다.이날 설명회엔 리조나은행 니혼생명 스미토모은행 등 일본의 60개 기관투자가들이 참석했다.

한국 기업들이 일본에서 채권 발행을 위해 공동으로 투자설명회를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참여 기업과 기관은 신세계 우리은행 기업은행 농협 수출입은행 주택공사 수자원공사 수력원자력발전 대전시 등이다.이들 기업과 기관은 이르면 올 상반기나 연내에 일본에서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해 엔화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앞서 LS전선은 지난 3일 100억엔 규모의 2년 만기 사무라이본드 발행에 성공했다.발행금리는 연 5%대 초반이다.국내 제조업체 가운데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하기는 LS전선이 처음이다.그동안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현대캐피탈 등 비교적 신용등급이 좋은 금융회사들만이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해왔다.

사무라이본드 시장이 최근 각광받고 있는 것은 자금 조달이 수월하기 때문이다.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으로 미국과 유럽의 채권시장은 경색돼 있는 반면 일본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작아 투자자들의 자금 여력이 있다.이 때문에 올 들어 사무라이본드 시장엔 세계적인 금융회사들도 몰리고 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