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곡물시장이 중국발 '나비효과'에 또다시 긴장하고 있다.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전인대에서 곡물 수출을 강력히 규제하겠다고 천명함에 따라 세계 '애그플레이션(agflationㆍ농산물발 물가 상승)' 우려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중국은 세계 7위 식량수출국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5일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식량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겠다"며 대대적인 곡물 비축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공업용이든 식용이든 곡물 수출을 엄격히 규제할 것"이며 "특히 대체에너지 개발을 이유로 옥수수 등의 곡물을 대량 소비하는 행위를 제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원 총리가 식량 수출입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주요 곡물에 대해 수출 관세를 부과하면서 국가 차원에서 농산물 수출 규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중국 정부는 작년 12월30일 "2008년 1년 동안 한시적으로 밀 쌀 옥수수 등 57개 곡물에 대해 5~25%의 차등 수출세를 부과키로 했다"고 발표했다.이에 앞서 10월엔 84개 곡물류에 대한 증치세(부가가치세) 환급제도를 폐지한다고 밝혔었다.

중국이 이처럼 곡물 수출 억제에 매달리는 이유는 수출이 늘면서 자국 내 농산물 수급 균형이 깨졌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지난해 중국 곡물 총생산량은 5억150만t으로 전년보다 0.7% 증가하는데 그쳤다.하지만 곡물 수출량은 전년 대비 62.5% 증가한 991만t에 달했다.같은 기간 동안 곡물 수입량은 155만t으로 2006년 대비 56.7% 감소했다.지난해 밀 수출량은 한국 연간 밀 수입량의 1.4배인 307만t으로 전년보다 104.0% 증가했다.

중국 정부가 수출관세 부과 기간 연장,식량수입 촉진 등 강력한 식량비축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제 곡물가에도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