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의 눈과 귀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열리는 중국으로 쏠리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경기 침체가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견조한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가 그나마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5일 개막한 전인대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기조연설을 통해 긴축 강화를 다시 천명해 일단 표면적으로는 국내 증시에 부담이 되는 형국이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우 경제성장 목표치는 늘 실제 성장률보다 낮았다"며 "원 총리의 발언은 긴축에 대한 원론적인 수준을 확인한 정도"라고 평가했다.

또 중국 정부가 수입물가를 잡는 대신 소비는 안정적으로 진작시킬 것으로 전망돼 국내 증시에서 중국 소비와 관련성이 큰 가전이나 정보기술(IT) 자동차 제약 등은 관심을 높여갈 만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인대는 중국 증시에 우호적

5일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1998년 이후 전인대가 열린 3월 중국 증시는 9.55% 내린 2005년을 제외하곤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여왔다.2003년과 2006년에는 지수가 빠지긴 했으나 약보합세를 나타낸 정도였다.양경식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정책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든지간에 전인대에서 드러났던 중국 정부의 의지는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해왔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경우 중국의 영향력이 높아진 2000년대 이후 중국 증시와는 특별한 연관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이날도 중국 증시는 2% 가까이 하락했으나 코스피지수는 강보합으로 마감했다.

다만 중국 증시가 강세를 보일 경우 아시아 이머징마켓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심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허재환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중국의 인플레이션이 위협적이긴 하지만 중국 정부가 긴축 기조는 유연하게 가져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며 "전인대가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요인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조익재 CJ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우리 시장이 안정화되는 데는 중국 경기선행지수의 움직임이 중요하다"며 "전인대 기조연설을 감안해도 2분기 중반 반등 전망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는 중국 경기선행지수의 상승 반전을 좇아 국내 증시도 2분기 중 상승 추세에 복귀할 것으로 전망했다.반면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중국 인플레이션 추이에 따라 긴축의 강도가 달라질 수 있는 점은 국내 증시에 잠재적인 불안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산업재·소재 관련주 부담될 수도

조 센터장은 "조선주를 중심으로 한 산업재나 소재 관련주는 바닥 대비 30% 정도 회복한 상황에서 중국 긴축 우려감이 재차 불거졌다는 측면에서 주춤할 수 있다"고 말했다.과열 방지를 위해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경우 투자 부문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내수 증가와 관련된 종목은 이를 비켜갈 것으로 전망됐다.조용찬 한화증권 수석연구원은 "위안화 절상을 통해 수입물가를 잡고 소비는 안정적으로 증가시켜 나가는 정책이 유지될 것"이라며 "금리 인상에 따라 소비가 소폭 줄어들 수 있으나 올 소매판매 증가율은 15% 정도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허 연구위원도 "환율 절상과 지방 인프라 투자 등을 통해 소비나 투자를 간접적으로 활성화시켜 나갈 것"이라며 "소비 진작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중국 내구재 소비 증가 덕을 볼 가전이나 자동차,보건정책 확대 수혜를 볼 제약주 등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