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인 금융위원장과 공정거래위원장이 5일 확정됨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초대 경제팀 진용이 꾸려졌다.'강경 감세론자''환율 주권론자'로 색깔이 분명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주도 아래 산업 쪽에서는 '기업도우미'를 자처한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 기업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와 제도를 걷어내는 작업에 나서고,시중은행 경영 경험을 갖고 있는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경제의 혈맥인 금융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은 각종 사전규제로 기업들의 불만을 샀던 공정위의 업무를 '자유로운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소비자 편익을 제한하는 것들을 제거'하는 활동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 안정 급선무

전광우 신임 금융위원장이 당장 해결해야 하는 업무는 '조직 통합'이다.금융감독위원회와 재경부 내의 금융정책국,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이 합쳐지는 만큼 원만하게 조직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요구된다.금융감독기구 개편작업 과정에서 금감위와 금감원은 업무 권한을 놓고 큰 갈등을 빚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직 안정은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다.이 부분에서는 관료 경험이 없는 만큼 불안하게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세계은행 국제금융팀장과 재경부장관 특보를 역임하는 등 국내외 금융시장이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시장안정 측면에서 적임자라는 평가가 우세하다.금융시장 안정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인 만큼 국제금융 전문가를 전면에 배치했다는 얘기다.

우선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부실 사태로 시작된 국제금융시장의 혼란이 국내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가 많은 편이지만 2금융권을 중심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부실 문제가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전국적인 주택 미분양으로 인한 건설업체들의 부도가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전이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노무현 정부 때 가계대출이 급증함에 따라 가계부실 가능성이 커진 것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시장이 만약 혼란에 빠질 경우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감세 정책도,기업규제 완화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1997년 외환위기와 이에 따른 금융시장 붕괴로 16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했던 것만 봐도 금융시장의 안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국책은행 민영화는 산업은행과 자회사 매각, 민영화와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편입된 민간기업 지분 매각 문제 등을 효과적으로 추진해야 한다.이 같은 업무는 공공적인 기능보다는 투자은행의 기능이 강하다.상업적인 베이스가 강한 인물을 선임한 이유다.


◆공정위 규제완화 나설 듯

대통령직 인수위 경제1분과 위원을 역임했던 백용호 공정위원장은 기존 규제의 틀을 '적용'하는 일보다는 그 틀을 '걷어내는' 일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정부는 대통령 공약인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상반기 중 마무리짓겠다고 이미 방침을 밝힌 상태다.국회에 제출된 출총제 폐지 법안은 야당의 반대가 거세 현재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출총제 폐지를 관철시키려면 이에 따른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정책 대안을 의원들에게 제시해 반대 여론을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다.출총제 폐지가 총선 이후인 6월 임시국회로 미뤄지면 4월1일을 기준으로 또 다시 출총제 대상 기업집단을 지정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기업들의 투자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얘기다.

백 위원장은 또 기업결합제도를 선진화하기 위해 타 부처와 원활한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지금껏 권오승 전 위원장은 구조조정이 시급한 포화 산업일지라도 국내 시장점유율을 따져 경쟁제한성을 판단하는 원칙을 고수해 타 부처와 마찰을 빚어 왔다.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원칙을 구현하기 위한 기업 규제 완화 과제 이외에도 서민생활 안정과 중소기업 보호 등의 임무도 중요하다.당장 물가 급등에 따른 대책으로 매점매석 행위 단속 등에 공정위 조직이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을 유도하는 것도 신임 공정위원장의 중요한 임무다.

현승윤/장진모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