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 전문가 발탁
이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부터 금융위원장에는 민간인을 쓴다는 대원칙을 갖고 금융인들을 물색해왔다.측근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가장 기용하고 싶어했던 사람은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었다.황 전 회장은 현재 진행 중인 삼성 특검이 끝나지 않아 발목이 잡혔다.삼성 비자금에 어떤 식으로든 연루됐을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이 부담스러운 데다 금융위원장으로 임명할 경우 '이 사람은 혐의가 없다'는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 위원장이 급부상했다.그는 메릴린치 등 주요 투자은행의 자문역을 지낸 데다 세계은행에서 수석연구위원과 금융팀장을 거치는 등 풍부한 국제금융 경험을 쌓았다.외환위기가 발생한 이듬해인 1998년 이규성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특보로 영입됐으며 이후 국제금융센터소장과 우리금융그룹 부회장을 지내면서 국내 금융시장을 익혔다.
◆시장과 조직안정 우선
이 대통령이 그를 금융위원장으로 내세운 데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인한 국제금융시장의 혼란이 국내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많아 대출 부실로 발전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가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꽤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실제로 국내 금융시장은 전국적인 주택 미분양으로 인한 건설업체들의 연쇄 부도가 가시화될 경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노무현 정부 때 급증한 가계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산업은행 자회사 매각을 포함한 국책은행 민영화 방안과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편입된 민간기업 지분 매각 문제도 풀어야 한다.이 같은 업무는 투자은행 성격이 강한 만큼 전 위원장의 전문성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조직 통합' 측면에서는 관료경험이 없기 때문에 다소 미흡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금융감독위원회가 통합되는 만큼 원만하게 조직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데,이 부분에서는 미숙할 수 있다는 우려다.금융감독기구 개편작업 과정에서 금감위와 금감원이 업무권한을 놓고 빚은 갈등도 다독거려야 한다.특히 금감원과의 협조체제를 어떻게 구축하고 운영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전 위원장이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금융시장 반응
금융계는 전 위원장 임명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무엇보다 전 위원장이 금융에 대한 풍부한 식견을 갖추고 있는 데다 금융사 경영진으로도 활동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다.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정책이나 금융감독과 관련해 일선 금융사들의 니즈가 무언인지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라며 "시장친화적인 금융감독 정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1949년 경북 예천 출생(59) △서울사대부고,서울대 상대 경제학과,인디애나대 경영학 박사 △미국 미시간주립대 경영대 교수 △세계은행(IBRD) 수석이코노미스트,국제금융팀장 △국제금융센터 소장 △우리금융지주 총괄부회장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국제금융담당 고문 △딜로이트컨설팅코리아 회장 △외교통상부 국제금융대사 △포스코 이사회 의장
현승윤/장진모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