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린 신한금융지주 이사회에서 반대 의사를 표시한 사외이사는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국민은행 사외이사 중에서도 이사회에서 반대표를 던진 사람은 단 한 명,그나마 한 차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은행 사외이사의 견제기능과 역할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지난해 2월부터 올 2월까지 사외이사까지 참석하는 이사회를 모두 9회 열었으며 41건의 안건에 대해 논의했다.이 가운데 부결된 안건은 단 하나도 없었으며 통과된 안건 중에서 사외이사의 반대표는 한 표도 없었다.이사회에 참석하기만 하면 모두 상정된 안건에 찬성했다는 얘기다.

국민은행의 사외이사 활동내역도 비슷하다.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15회의 이사회를 열어 37건의 안건을 심의했으나 부결된 안건은 없었다.다만 9월14일의 '해외은행 지분 인수를 위한 자문용역 계약체결'안건만 자료 미비로 한 차례 보류됐다.이 안건 역시 10월9일 참석 사외이사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국민은행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의 반대표는 단 한 차례만 나왔다.차백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차세대 시스템 및 신규주 전산센터 구축'안에 대해 자료부족을 사유로 반대했다.나머지 안건은 모두 사외이사들의 집중 찬성표에 힘입어 의결됐다.

일각에선 은행 사외이사들이 CEO(최고경영자) 등 내부 경영진에 끌려다니며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사외이사들이 은행 내부 사정에 대해 깊숙이 알기 힘들고,은행장 등 내부 경영진이 적극 추진하는 안건에 반대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이사회 개최 이전에 각 안건을 사외이사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사외이사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을 미리 해결하기 때문에 이사회 결과가 그렇게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이사회 이전에 열린 사외이사 소위원회만 71회에 달했다"며 "사외이사들의 식견과 경험이 내부 경영진의 판단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신한지주 사외이사들 역시 지난해 18회의 소위원회를 연 바 있다.

한편 은행 사외이사들의 참석률은 대체로 80%를 웃돌았으나 50%에 미치지 못하는 인사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신한지주 사외이사인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과 최영훈 일본 에이신그룹 회장은 각각 44%와 55%.국민은행 사외이사인 자크 켐프 ING생명 아.태지역 대표의 출석률은 46%였다.두 은행은 이에 대해 "일부는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의사전달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