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인수합병(M&A)이 속도를 내면서 국내 증권사 판도 변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대기업과 은행들이 소형증권사 인수전략에서 중형증권사 M&A로까지 대상을 넓히면서 '빅뱅'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이 CJ증권과 CJ자산운용에 대해 매각작업을 본격화 하자 증권사 인수를 고대해온 롯데그룹을 비롯해 기존 증권사를 소유한 한화와 유진그룹, ING까지 인수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ING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교보증권도 M&A설이 항시 제기되면서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교보증권의 대주주가 회사 매각을 위해 외국 회사와 협상 중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미국계 금융회사인 P사가 교보증권 매수 의사를 밝혔으며 높은 가격을 제시할 의향도 있다'는 내용의 구체적인 매각설이 유포됐다.

교보증권은 즉각 증권선물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최대주주 지분 매각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의 M&A 기대감은 식지 않고 있다.

지분구조가 약한 대신증권도 지난해부터 꾸준히 M&A설이 제기되면서 인수합병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중형증권사의 급속한 M&A 전개와 함께 신규 증권사 설립까지 속속 이어지면서 경쟁심화 부작용 우려와 함께 큰 폭의 재편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오는 7월까지 증권사 13곳이 더 생기기때문이다.

지난달까지 증권사 신규 설립 신청을 접수한 결과 총 13개사가 예비허가를 신청했고, 현재 영업중인 증권사 3곳은 업무 범위 확대를 요청했다.

IBK투자증권(신청인 기업은행)과 KTB투자증권(KTB네트워크), STX투자증권(STX팬오션), SC제일투자증권(SC제일은행) 등 4곳이 종합증권업 진출을 신청했다.

SC제일은행은 1990년대 외환위기 이전 제일은행 시절 보유하고 있던 일은증권을 매각한 후에 다시 종합증권업 진출을 꾀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또 토러스증권(손복조 전 대우증권 사장)과 LIG투자증권(LIG손해보험), 한국씨티증권(씨티은행), KTIC증권(한국창업투자) 등 4곳은 자기·위탁매매업 면허를 신청했다.

위탁매매업 단종면허를 신청한 곳은 스카이(스카이투자자문)와 ING(ING은행), 한맥(한맥선물), 와우(코린교역이 대주주,토마토저축은행 지분참여), 바로(박준형) 등이다.

외국계은행의 증권업 진출은 내년부터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금융사 칸막이가 없어지는 만큼 영업 환경 변화에 맞춰 금융 투자 관련 업무를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국내 기업의 경우는 금융업 진출을 통해 잠재성장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지만, 한정된 증권시장을 나누다 보면 과열경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신규 증권사 설립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중형증권사 M&A까지 가세해 증권업계 '빅뱅'이 더 앞당겨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통법 초기 시장에서 외국계 증권사까지 합세해 60개 이상이 난립할 경우 규모와 네임벨류가 있는 증권사는 외형을 더 확대할 수 있겠지만 중소형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