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가업을 잇는 게 아니라 책임을 대물림하는 것입니다.70년을 넘어 100년 이상 존속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고 김태옥 창업주와 김강배 회장에 이어 3대째 '목공 장인 정신'의 맥을 잇고 있는 김 회장의 장남 현준씨(34)의 포부다.그는 2003년 성남기업에 들어와 현재 기획실장을 맡으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김 실장은 "아버지께서는 할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목공인들에게 안정되고 일할 만한 직장을 제공한다는 생각으로 목창호 사업에만 전념해 왔다"며 "그러한 책임감을 나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나마 가업을 잇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초등학교를 다닐 때 선생님이 꿈을 적어 내라고 할 때마다 언제나 '사장'이라고 썼다"고 회상했다.

어린 시절 김 실장의 눈에 비친 '목공 아저씨'들은 못하는 게 없는 만능인이었다.김 실장은 "TV만화에 나오는 로봇을 갖고 싶다고 하면 아저씨들은 나무토막을 몇 번 뚝딱거리고서는 똑같이 만들어내셨다"고 얘기했다.

김 실장은 '조기 유학파'다.미국 캔자스주립대 교수로 재직하던 삼촌의 권유로 중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대학(웨스트버지니아주립대)에서는 토목과 실내건축을 전공했다.대학을 졸업하고 1년간의 직업 연수(Practical Training) 기간에 미국의 대형 목재업체인 '84럼버(lumber)'의 리조트사업부에서 일했다.연수기간이 끝나고 '84럼버'에서 취업비자를 받아 계속 일해줄 것을 요청했을 때 김 실장은 "잠깐 고민했다"고 한다.그는 "그러나 아버지께서 '이제 그만 돌아오라'고 했을 때 아무 미련없이 귀국했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회사에 들어와 자재부 영업부를 거치고 2005년 기획실을 만들었다.그는 "지식재산권을 관리하고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을 수립하는 등 미래를 위한 부서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이 당시 '휴든'이라는 자체 브랜드도 내놓았다.김 실장은 "앞으로는 아파트 거주자들이 목창호를 선택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이에 대비한 브랜드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이 가장 신경쓰고 있는 것은 회사의 최고 자산인 '목공 장인'들이 노령화됐을 때를 대비한 기술 전수 프로그램이다.'명장' 제도로 이름 붙인 이 프로그램은 20여명의 목공 장인을 '명장'으로 우대하고 그 밑에 제자를 둬서 기술 전수를 도제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다.그는 "장인들의 노하우가 제대로 전수돼야 '장인정신'이 살아 있는 장수 기업으로 계속 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