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순 < 이화여대 교수·환경공학 >

올해도 어김없이 고강도의 황사가 왔다.눈앞 자욱한 먼지에 숨이 막힐 지경이지만,이보다 더 답답한 것은 적어도 몇 개월은 이 황사를 견뎌내야 한다는 사실이다.황사는 우리의 환경문제 중 뾰족한 대책이 없는 '난제 중 난제'다.오래 전부터 중국과 몽골에 나무심기를 해오고 있지만 황사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더 심해지는 듯하다.한마디로 속수무책 당하고만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의 황사문제는 이미 오래 전에 비슷한 처지에 있었던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의 산성비 사례에서 지혜를 얻을 수 있다.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이 위치한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는 영국의 산업화로 인해 오랜 기간 심각한 산성비 피해를 당해왔다.그러나 1970년대부터 본격적인 대책을 추진해 지금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고 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들이 산성비 피해를 겪어온 것은 거의 100년이 넘는다.우리에게 '인형의 집'으로 잘 알려진 노르웨이의 세계적인 극작가 헨리크 입센이 이상을 찾아 헌신하다 쓰러지는 목사를 주인공으로 한 '블랑'(1866년 발표)이라는 작품을 보면 "영국의 소름끼치는 석탄 구름이 몰려와 온 나라를 까맣게 뒤덮으며 신록을 더럽히고 독을 섞으며 낮게 떠돌고 있다"라는 대목이 나온다.이것은 석탄 사용으로 심하게 오염된 영국의 대기가 이미 19세기부터 이곳에 피해를 주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피해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진 것은 1950년대부터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숲과 호수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부터다.산성비로 인해 무성하던 숲이 사라지고 하천과 호수의 물고기가 종적을 감추기 시작했다.이를 경험하면서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들은 그 해법의 하나로 산성비 피해를 국제적인 주요 이슈로 만들기 시작했다.

1968년 5월 제44차 유엔경제사회이사회에서 스웨덴의 유엔 대사 아스트 롭은 국제환경회의를 제의했고,1972년 6월5일에는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환경회의인 '유엔인간환경회의'가 개최됐다.당시 스웨덴은 산성비의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국가로 호수 9만개 중 약 4만개가 생물이 살 수 없는 죽음의 호수로 변해가고 있었다.스웨덴은 이 문제로 1967년 세계에서 최초로 독립된 환경행정조직인 환경보호청을 설립했다.이는 1970년에 설립된 미국의 연방환경보호청이나 영국의 환경청에 비해 3년이나 앞선다.

영국은 이를 계기로 자국 내 석탄 사용을 줄이고 황산화물질 저감기술을 개발했다.이러한 노력 결과 유럽에서 1980년부터 2000년까지 산성비 원인물질인 아황산가스 배출량이 56%나 감소했다.

유엔인간환경회의는 국제사회 처음으로 인간환경 선언을 채택하는 등 국제사회가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유엔은 같은 해에 개최된 제27차 총회에서 유엔환경계획을 설립해 지금까지 이 기구를 통해 환경 분야에서의 국제적 협력촉진과 지식증진을 도모하고 지구환경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스칸디나비아의 산성비 사례에서 보았듯이 국제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끌어들이는 것이다.몽골과 중국의 사막화로 인한 황사는 동북아시아 몇몇 국가의 힘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황사의 가장 큰 피해국인 우리나라와 북한이 주축이 돼 지금의 현실을 국제사회에 호소해야 한다.그 시작이 될 수 있는 것이 남북한이 공동으로 유엔사막화회의를 개최하는 것이다.국제사회의 적극적인 협력을 얻어내는 것이 동북아시아를 환경재앙으로부터 구하고,가해국이자 스스로 피해국인 중국과 몽골을 돕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