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박준모씨(38)는 며칠 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찾았다가 로비 카페에서 파는 생수값을 보고 깜짝 놀랐다.편의점에서 1200원에 살 수 있는 생수(500㎖) 한 병값이 3000원이나 됐다.샌드위치값도 5500~7000원으로 다른 공연장(4000~4500원)보다 비쌌다.

규정상 공연장 안에 들고 들어갈 수 있는 음료가 물로 제한돼 있어 박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3000원짜리 생수를 살 수밖에 없었다.

이 카페에서는 수입품인 '에비앙'과 '볼빅'만 판매한다.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이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등이 국내 제품을 1000원에 파는 것과 대조적이다.

왜 그럴까.예술의전당은 공연장 컨셉트를 처음부터 '고급 관객'에 맞췄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그래서 신라호텔에 운영권을 맡겼다는 것.이에 대해 신라호텔 관계자는 "공연장에서 카페를 운영하면 손님 수가 한정돼 있는 데다 공연 중간에만 몰리기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며 "그나마 오페라하우스의 연회장 사업 수익으로 카페의 적자분을 메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예술의전당은 카페 직영을 꺼리고 있다.인건비와 재료비 등을 감안하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그러나 예술의전당보다 규모가 작은 고양아람누리극장과 국립극장은 카페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과 극장 용은 임대사업자에게 맡겼지만 관람객 편의를 위해 가격 상한선을 두고 있다.충무아트홀도 임대 방식에 수입산 생수만 취급한다.그러나 이곳의 '볼빅' 값은 1600원으로 예술의전당 절반 수준이다.예술의전당이 1000원짜리 국내 생수 자판기를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 자리에 둔 것과 달리 이곳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화장실 바로 옆에 정수기를 두는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예술의전당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클래식 공연장이다.국민이 낸 세금으로 건립됐고 지금도 운영비의 상당액을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이유야 어떻든 모처럼 시간을 내서 그곳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 식음료를 파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운영방식을 합리적으로 바꿔야 한다.

박신영 문화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