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우유값은 올랐는데 과자값은 왜 안 올리나 했더니…."

국내 유명 제과.식품업체들이 이달 들어 빵 과자뿐 아니라 만두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용량을 최대 27%까지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초 제품 가격을 10∼20% 올린 뒤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번엔 슬그머니 용량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더욱이 업체들은 '제2의 가격인상'인 용량 감축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소비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과자 만두 아이스크림 다 줄었다

농심의 라면값 인상 이후 이달 들어 식품업체들의 제품 용량 줄이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해태제과는 최근 대형마트의 판매량 1위인 고향만두 가격(4950원)을 그대로 두고 중량만 1070g에서 940g으로 12% 낮춘다는 내용의 공문을 일부 대형마트들에 보냈다.샤니의 미니꿀호떡(3750원)은 중량만 27%(550g→400g)나 가벼워졌다.

크라운제과는 쿠크다스화이트 비스킷(2880원.304g→240g),딸기산도(3180원.408g→323g),국희땅콩샌드(700원.93g→70g)의 용량을 20~25% 줄였다.기린도 쌀로별.찹쌀유과.인절미 3종 가격을 2200원으로 둔 채 중량을 220g에서 200g으로 낮췄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롯데제과가 위즐아이스크림(3750원) 용량을 700㎖에서 660㎖로 줄였다.오리온제과는 다이제 통밀(700원.150g→140g),초코칩쿠키(1000원.116g→104g)의 무게를 가볍게 했다.

연 매출 500억원에 달하는 롯데제과 '초코빼빼로'의 용량 변천사를 보면 소비자의 저항을 희석시키기 위한 식품업계의 가격 편법 인상을 확인할 수 있다.

초코빼빼로(500원)는 1986년 50g으로 출시된 뒤 1997년 외환위기 때 40g대로 줄었고,2000년대초 원재료값 상승으로 33g으로 가벼워진 뒤 지난달 다시 30g이 됐다.


◆"원가상승 불가피" vs "과도하다"

식품업체들은 밀 콩 옥수수 등 원재료비가 1년 새 50~150%씩 폭등했고 유제품 수입가격도 크게 올라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제과업체 A사가 6일 공개한 원재료 구입비 현황에 따르면 1년 전에 비해 △밀가루 가격(이하 1kg 기준) 45%(지난해 3월 550원→올 3월 798원) △계란 50%(1463원→2200원) △전지분유 62%(4200원→6800원) △팜유 75%(800원→1400원) △유크림 39%(1800원→2500원) 등 평균 45% 상승했다.

그러나 원재료 값 급등을 빌미로 식품업체들이 단기간에 가격을 지나치게 올렸다는 비판이 거세다.올초 가격을 올린 지 2개월 만에 다시 용량을 줄여,소비자에게 원가 부담을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