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여의도지역 재건축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새 정부에 대한 재건축 규제완화 기대감으로 일부 재건축 예정 단지들은 재건축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승인신청에 나서고 있다. 이로 인해 올 들어 아파트 매매시장도 거래는 없지만 호가는 4000만~6000만원씩 뛰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재건축 예정단지의 대부분이 준공된 지 30년 이상된 상태여서 더 이상 사업추진을 미룰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범아파트는 최근 서울 영등포구청에 재건축추진위원회 승인을 신청했다. 대선 이후 재건축 규제완화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주민동의율이 추진위 승인신청 요건인 50%를 채우는 데 성공했다. 5월 말이면 승인여부가 판가름난다. 지금까지 7~8년째 재건축 논의만 무성했을 뿐 추진위 신청까지 진행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여의도역 인근 미성아파트도 재건축추진위 승인을 위한 주민동의서를 받아 이달 안에 승인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MBC사옥 옆의 수정아파트도 상업지역의 장점을 살려 재건축을 추진할 방침이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다 재건축으로 방향을 바꾸는 단지도 있다. 삼부아파트는 작년 12월 우선협상 시공사를 선정하고 주민들을 상대로 리모델링 사업설명회까지 열었다. 하지만 동의율이 40%에 불과해 리모델링을 접었다. 재건축 규제완화 가능성에 대한 미련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판단이다.

이런 분위기 여파로 올 들어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은 작년 말보다 5000만원가량 상승했다. 하지만 거래는 거의 없다. 시범아파트 79㎡형(24평형)은 지난해 말 6억7000만~6억8000만원에서 최근 7억4000만원까지 올랐다. 삼부아파트는 리모델링 사업 중단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해 가격이 뛰었다. 89㎡형(27평형)은 7억4000만~7억6000만원에서 올 들어 7억9000만원까지 호가가 형성됐다.

올 들어 여의도 재건축 예정단지들이 사업추진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은 노후 정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심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 노후 단지의 연한은 최저 28년(미성아파트 D,E동)에서 최고 37년(시범아파트)에 달한다.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현행 재건축 규제로 개발이익을 크게 얻지못하더라도 재건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다음으로 현재 용적률이 낮은 편이어서 사업성이 양호하다는 판단때문이다. 여의도의 평균 용적률은 160~180%로 서울시 13개 고밀도 지구 가운데 가장 낮다. 재건축시 현행 기본 용적률은 230% 정도다.

하지만 재건축 사업추진이 주민들의 의지대로 추진되기에는 장애물이 적지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건물이 아직도 튼튼해서 안전진단 통과도 무시못할 관건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가이드공인 최만호 대표는 "현재 추세로는 시범아파트가 가장 앞서 갈 수 있지만,대단지(1584가구)여서 주민동의를 80%까지 받는 데 기간이 길어져 예상보다 늦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새 정부가 용적률을 상향조정하는 등 규제장벽을 낮춰야 재건축이 활성화될 수 있는데 현재 구도에선 쉽지 않아 보인다"며 "특히 대형 평형이 많은 단지들은 재건축 의지가 상대적으로 약해서 주민동의를 모으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