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망한다는 악성루머 藥삼아 100년 장수보험사 역사쓸 것"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국내 보험사 중 유일한 오너 겸 최고경영자다.1996년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과장으로 근무하다 '가업'을 물려받았다.하지만 무슨 연유에선지 2005년 6월 기자간담회를 가진 후 지금까지 약 3년간 언론과의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그런 신 회장이 6일 33명의 내외신 기자 앞에서 자신의 비전을 직접 프레젠테이션했다.서울 힐튼호텔 코랄룸에서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보험산업의 미래와 과제,교보생명의 철학과 비전을 30여분간 리모컨을 움직이며 직접 설명했다.틈틈이 지난 3년 동안의 애환을 털어놓기도 했다.

교보생명은 2000년부터 온갖 루머(?)에 시달려왔다.신 회장도 이날 "부실이 심해 곧 망한다더라,어디로 팔린다더라와 같은 온갖 악소문을 견뎌왔다"고 말했다.삼성생명과 자웅을 겨루던 교보생명이 삼성과 대한생명에 차례 차례 밀린 것은 외환위기 충격 탓이었다.당시 삼성생명은 삼성 계열사 주식과 채권을,교보생명은 대우 계열사 채권을 주로 갖고 있었다.이 때부터 두 회사의 운명이 확연히 갈렸다.

신 회장이 2000년부터 내실 다지기에 나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외형보다 핵심 경쟁력을 키우는 데 자원을 집중했다.100년 장수기업으로 새 역사를 쓰려면 기본체력을 튼튼히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물론 임직원의 반발도 적지 않았다."의사 출신 오너가 보험사를 잘 경영할 수 있을까,생보사 상장이 허용되지 않으면 얼마 버티지 못할 것" 등의 근거 없는 루머가 독버섯처럼 퍼지기도 했다.

금융감독 당국이 수십조원의 계약자 재산이 어떻게 될까봐 예의주시할 때도 있었다.이 같은 세간의 우려를 불식하고 우량 보험사로 거듭났다는 사실을 공언하고 나선 것이다.

신 회장은 "공적자금 한푼도 안 받고 우량 보험사로 되살려 놓았으며 재무구조가 선진 보험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상장 시점에 대해서도 신 회장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그는 "지난 3년간 이익을 많이 거뒀고 작년에 3700억원의 증자도 했다.이젠 상장을 서두를 만큼 자본 조달의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말했다.이달 말 끝나는 2007회계연도에 교보생명의 총자산은 50조원,당기순이익(예상)은 4000억~5000억원이다.신 회장은 "2015년까지 총자산 100조원,당기순이익 1조원 이상의 재무 성과를 올리겠다"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 교보생명은 앞으로 '성장전략'으로 돌아선다.또 요즘 뜨고 있는 투자성 보험이 아니라 보장성 보험에서 성장의 돌파구를 찾을 계획이다.여기에는 신 회장의 보험철학이 깔려 있다.신 회장은 "보험업의 본질은 모든 사람들이 미래 역경에서 좌절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며 "보험은 가족사랑의 실천"이라고 강조했다.그는 "변액보험 같은 투자성 상품보다 조기 사망을 보장하는 종신보험을 먼저 권하고 그 다음에 노후 보장을,투자성 보험은 이 두 가지가 보장된 상황에서 순수 여유자금으로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