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경기에서 심판의 개입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그래야 게임이 박진감이 있고 선수들은 제 기량을 발휘하게 된다.사사건건 심판이 휘슬(whistle)을 불어댄다면 경기의 맥이 끊겨 관중들로부터 외면을 당할 게 뻔하다.

휘슬은 규칙을 어기거나 또는 무질서에 빠졌을 때 부는 것으로 질서의 상징이다.구령 대신 사용하는 휘슬은 조화의 성격이 짙다.휘슬을 부는 것은 위험을 경고하는 것이기도 해 요즘은 부녀자들 사이에 휘슬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유행이다.일종의 호신용인 셈이다.

그런가 하면 휘슬은 희망찬 출발을 의미하기도 한다.지난해 한 대기업 회장이 정기 임원인사를 마치고 '모두가 한 마음으로 힘차게 출발하자'는 의미로 휘슬을 불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휘슬이 종종 거론된다.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규제 휘슬을 가급적 억제하겠다는 것이다.처벌중심의 규제를 과감하게 탈피하고 기업들이 열심히 플레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얘기여서 기대를 갖게 한다.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힘찬 휘슬을 분 것도 규제를 최소화하겠다는 신호에 다름아니다.

영국 경찰이 위험에 처한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처음 사용했다고 하는 휘슬이 이제는 기업을 보호하는 도구로 쓰여지는 것이다.

미국 독립에 지대한 공헌을 한 벤저민 프랭클린의 자서전에는 휘슬에 얽힌 일화가 소개돼 있다.프랭클린은 동네 친구들이 불어대는 휘슬소리에 매료돼 용돈을 다 털어 휘슬을 샀다.얼마 뒤 휘슬을 터무니없이 비싸게 샀다는 것을 알게 됐고,누이와 형제들은 그를 돈 씀씀이가 헤픈 아이라며 놀려댔다.프랭클린은 이 휘슬사건을 평생 교훈으로 간직하면서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정도에서 벗어나지 말자'는 다짐을 하며 살았다고 한다.

자의적인 규제가 아닌 도움의 휘슬,나태함을 일깨우는 경각심의 휘슬,유혹의 늪을 과감히 뿌리치는 정도의 휘슬이 우리 주변 구석구석에 울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