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분기부터 이어져 온 국내 경기의 상승 흐름이 주춤거리기 시작했다.고유가와 국제 금융시장 불안,세계시장의 침체 가능성 등 온갖 악재들이 쏟아지면서 경제 주체들이 자신감을 잃고 있어서다.정부가 경제 상황을 보는 인식도 바뀌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6일 발간한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서 지난달치에 들어 있던 '내수 증가세 유지'라는 표현을 빼고 '경기 하방 위험의 확대'를 새로 집어 넣었다.

◆가계 소비심리 악화

경기에 대한 가계의 기대심리가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다.같은날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전망조사 결과에서는 대내외 경제 여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소비자기대지수(향후 경제 여건에 대한 심리)와 평가지수(현 상황에 대한 심리)가 동반 하락했다.기업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가계의 불안감이 커지면 투자와 소비라는 내수의 두 축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도 있다.

소비자기대지수는 전달에 비해 2.8포인트 내린 103.1로 집계돼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수는 지난해 10월 103.3에서 11월 102.0으로 떨어졌다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 따른 기대심리로 12월 104.0,올해 1월 105.9 등으로 2개월 연속 치솟다가 전달 하락 반전했다.여전히 기준치인 100을 넘어 아직은 경기에 대한 낙관적 기대가 많지만 고용 물가 등 가계 소득 흐름에 영향을 주는 지표들이 모두 좋지 않아 앞으로 뒤집힐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상황을 나타내는 소비자평가지수 역시 지난해 10월 92.5에서 11월 88.0으로 떨어진 뒤 △12월 85.1 △올해 1월 82.7 △2월 81.8 등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감세,규제 완화 앞당겨야

경기가 추락하지 않게 막을 방법은 기업 투자 촉진밖에 없다는 평가다.1월 설비투자추계는 지난해 같은달보다 0.94% 뒷걸음질했다.대외 여건이 너무 좋지 않아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인 탓이다.외국에서 설비를 들여오는 기계류 수입도 전달에 비해 증가세(25.9%→12.2%)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기업들은 경기 호조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확신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2월 제조업의 설비투자 기업실사지수(BSI)는 98로 기준치(100)를 밑돌았다.선뜻 투자를 늘릴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경기 동행지수는 순환변동치가 전월 대비 0.4포인트 오르는 등 좋았지만,앞으로의 경기 상황을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선행지수는 전년 동월비 1.1%포인트 하락해 2개월 연속 곤두박질치고 있다.

재정부는 그린북에서 '경제 불안요인을 면밀히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2월)'하다는 코멘트를 3월 들어 '정책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수정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내수를 떠받치는 소비와 투자의 두 축 중에서 투자쪽이 무너지고 있는 양상"이라며 "감세,규제 완화 등 투자 촉진책을 서두를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