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고 싶은가? 경제학을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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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고 힘들어서 자녀에게 설거지를 시키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하는가.이성을 유혹할 때 튕기기 전략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보험에 가입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열심히 운동할 거라고 자신을 믿었는데 체육관에 돈만 갖다 바치고 있지는 않은가.어떻게 하면 내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상대방이 믿을까.
살다보면 누구나 접해보는 고민이거나 문제들이다.경제학자이면서도 전혀 경제학자 같지 않은 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경제학 교수의 '경제학 패러독스'(김정미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는 이런 일상의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고 있다.
저자는 금전적 보상과 처벌이 언제나 효과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부터 시작한다.경제학의 중심 개념인 인센티브는 돈이 될 수도 있겠지만 미소나 칭찬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이를 잘 모르고 인센티브를 잘못 설계하면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그래서 사람을 움직이는 진짜 동기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그는 주장한다.
이 책의 묘미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맛있는 음식점 찾기,요리 주문법 등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경제학',직장 동료와 친구ㆍ연인 등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는 옷차림ㆍ신체ㆍ언변만이 아니라 좋은 인상을 갖도록 얼마나 상대방에게 맞춰 신호를 보낼 줄 아는가에 좌우된다는 '신호 보내기 경제학',위험하면서도 필수적인 '자기기만의 기술',사회가 풍족해지면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문화예술 향유의 경제학'까지 인문학과 상식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마지막에 가서 저자는 시장이 원활하게 굴러가려면 인간적 가치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또 빈곤을 퇴치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돈이 아니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각각 우파와 좌파에 던지는 저자의 메시지로 들린다.
이전에 나왔던 경제교양서들과는 확실히 달라 보인다.'괴짜경제학'은 KKK단ㆍ마약ㆍ낙태ㆍ범죄 등 각종 사회현상에 경제학 연구방법을 적용해 그 이면의 진실을 파헤친 책이었다.'경제학 콘서트'는 리카도의 지대론,가격 결정,외부효과,정보의 비대칭성,게임이론,세계화 등과 같은 경제개념을 일상의 사례로 설명한 일종의 경제입문서.'이코노믹 씽킹'은 비용편익,수요와 공급,경쟁의 역설 등을 세탁비,무료 안주,호텔 미니바 등에 적용한 학생들의 사고 훈련용 책이다.'이코노미 2.0'은 실험경제학과 행동경제학 등 경제학의 새로운 연구성과들을 소개했다.
이런 책들에 비해 '경제학 패러독스'는 그 관점과 내용이 더 독창적이다.실제로 '괴짜경제학''경제학 콘서트'의 저자들도 이 점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에 부딪친다.그러나 그 때마다 컴퓨터를 들고 다니며 복잡한 계산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순간순간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된다.이 책을 읽고 나서 원제('Discover Your Inner Economist')대로 '당신 안에 있는 경제학자'를 찾아낸다면 보다 나은 결정과 보다 나은 삶이라는 소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369쪽,1만4000원.
안현실 논설ㆍ전문위원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