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듀엣’ 기아차·삼성S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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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와 삼성SDI는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기업들에 포함되지만 최근 실적과 주가에서는 나란히 바닥을 기다시피 하고 있다. ‘못난이 듀엣’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아차와 삼성SDI는 7일 현재 시가총액 61위와 62위에 올라 있다. 명색이 연간 매출액이 16조원과 4조원을 각각 바라보는 재벌기업이라는 '신분'과 비교해 보면, 초라한 순위라고 아니할 수 없다.
매출액이 1조원 수준에 불과한 강원랜드(52위)보다도 처져 있으니 그야말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게다가 이들 업체는 지난해 상장업체 중 매출 감소 규모 1, 2위라는 불명예까지 함께 이름을 올렸다.
두 업체는 지난해 3월 초 1300대였던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는 활황을 거쳐 최근 1700선 안팎에 이르기까지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보여 온 것과는 전혀 동떨어진 답답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이는 지분 관계로 엮여 있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주가에도 부담이다.
2005년 당시만 해도 대표적인 성장주로 꼽혔던 기아차 주가는 2006년 반토막이 났고, 지난 1년간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기아차는 지난해 3월 1만2000원대에서 7월에 1만5000원을 잠시 넘긴 후 다시 하락해 몇달째 9000~1만원 사이에 지리한 횡보를 거듭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30% 가량 오르는 1년동안 오히려 20% 가량 떨어졌다.
액면가 5000원의 2배에도 미치지 않으니 '잡주'나 다름없다. 흔히 코스닥시장에서 액면가 500원의 2배인 1000원을 넘지 못하면 이른바 ‘잡주’ 취급을 받는다.
2006년 초 11만원에 이르던 삼성SDI도 지난해 3월 초 6만3000원대로 떨어졌으며, 최근에는 다소 회복하긴 했지만 여전히 7만원 넘기기가 힘겹다.
◇삼성SDI, 돌파구가 없다
삼성SDI는 지난해 순이익 감소 순위에서도 하이닉스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인 LG필립스LCD는 매출과 순이익 증가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해 명암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삼성SDI가 주력으로 하는 PDP는 LCD와의 경쟁에서 사실상 밀려나는 분위기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LCD는 세계 TV시장의 47%를 차지해 사상 처음으로 브라운관 TV(46%)를 넘어섰다. 하지만 PDP의 TV 시장점유율은 6%에 불과하고, 모니터와 노트북 등에서는 LCD가 거의 독점하고 있다.
삼성SDI는 이처럼 불리한 상황 타개를 위한 돌파구 마련에도 굼뜬 모습이다. 삼성SDI와 PDP업계 세계 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81cm(32인치) 소형 TV용 패널을 내놓아 중국 등 이머징마켓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덕택에 LG전자 PDP 매출은 지난해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 가량 늘어났다. 2006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대형 전용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일종의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성과를 거둔 것이다.
하지만 삼성SDI는 올해 2분기는 돼야 소형 TV용 패널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CRT(브라운관)가 예상보다 너무 빨리 사라지고 LCD에도 밀려 삼성SDI의 실적이 부진했다”며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올해 실적도 크게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 ‘쏘나타’도 없고 생산성도 낮아
기아차의 상황도 삼성SDI 못지 않게 답답하다. 현대차에 인수된 후 2005년까지는 흑자 기조를 유지했으나 2006년과 2007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며, 최근에는 유동성 위기 소문에 시달리기도 했다.
기아차의 문제 중 하나는 과거 ‘프라이드’ ‘봉고’와 같은 대표 차종의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모닝'이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경차라는 점에서 이익에 기여하는 수준은 낮아 보인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월 평균 1만대 이상 판매 차종이 7개였고, 이 가운데 아반떼, 쏘나타, 투싼, 싼타페 4개 차종의 월 평균 판매는 7만대를 넘었다. 하지만 기아차는 1만대 이상 판매 차종이 모닝, 쎄라토, 쏘렌토, 스포티지 4개에 그치고, 이들 차종의 월 평균 총 판매 대수는 4만6000대에 그친다. 현대차의 ‘쏘나타’ 같은 차종이 절실한 시점이다.
낮은 생산성 역시 풀어야할 숙제다. 지난해 12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아차가 국내에서 자동차 1대를 만드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37시간으로 현대차(30시간), 도요타(22시간)에 비해 훨씬 더딘 편이다. 최근 기아차 노사가 카렌스 화성공장 생산라인 직원을 모하비 라인으로 전환 배치키로 합의한 것도 이같은 낮은 생산성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게다가 기아차는 해외시장에서 현대차에 비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고, 현재 건설중인 미국과 슬로바키아 공장 준공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있어 부담을 주고 있다. 때문에 이들 공장이 준공돼 가동에 들어가고 해외시장에서 제값을 받을 만큼 품질을 높이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
기아차와 삼성SDI는 7일 현재 시가총액 61위와 62위에 올라 있다. 명색이 연간 매출액이 16조원과 4조원을 각각 바라보는 재벌기업이라는 '신분'과 비교해 보면, 초라한 순위라고 아니할 수 없다.
매출액이 1조원 수준에 불과한 강원랜드(52위)보다도 처져 있으니 그야말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게다가 이들 업체는 지난해 상장업체 중 매출 감소 규모 1, 2위라는 불명예까지 함께 이름을 올렸다.
두 업체는 지난해 3월 초 1300대였던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는 활황을 거쳐 최근 1700선 안팎에 이르기까지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보여 온 것과는 전혀 동떨어진 답답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이는 지분 관계로 엮여 있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주가에도 부담이다.
2005년 당시만 해도 대표적인 성장주로 꼽혔던 기아차 주가는 2006년 반토막이 났고, 지난 1년간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기아차는 지난해 3월 1만2000원대에서 7월에 1만5000원을 잠시 넘긴 후 다시 하락해 몇달째 9000~1만원 사이에 지리한 횡보를 거듭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30% 가량 오르는 1년동안 오히려 20% 가량 떨어졌다.
액면가 5000원의 2배에도 미치지 않으니 '잡주'나 다름없다. 흔히 코스닥시장에서 액면가 500원의 2배인 1000원을 넘지 못하면 이른바 ‘잡주’ 취급을 받는다.
2006년 초 11만원에 이르던 삼성SDI도 지난해 3월 초 6만3000원대로 떨어졌으며, 최근에는 다소 회복하긴 했지만 여전히 7만원 넘기기가 힘겹다.
◇삼성SDI, 돌파구가 없다
삼성SDI는 지난해 순이익 감소 순위에서도 하이닉스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인 LG필립스LCD는 매출과 순이익 증가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해 명암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삼성SDI가 주력으로 하는 PDP는 LCD와의 경쟁에서 사실상 밀려나는 분위기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LCD는 세계 TV시장의 47%를 차지해 사상 처음으로 브라운관 TV(46%)를 넘어섰다. 하지만 PDP의 TV 시장점유율은 6%에 불과하고, 모니터와 노트북 등에서는 LCD가 거의 독점하고 있다.
삼성SDI는 이처럼 불리한 상황 타개를 위한 돌파구 마련에도 굼뜬 모습이다. 삼성SDI와 PDP업계 세계 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81cm(32인치) 소형 TV용 패널을 내놓아 중국 등 이머징마켓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덕택에 LG전자 PDP 매출은 지난해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 가량 늘어났다. 2006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대형 전용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일종의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성과를 거둔 것이다.
하지만 삼성SDI는 올해 2분기는 돼야 소형 TV용 패널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CRT(브라운관)가 예상보다 너무 빨리 사라지고 LCD에도 밀려 삼성SDI의 실적이 부진했다”며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올해 실적도 크게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 ‘쏘나타’도 없고 생산성도 낮아
기아차의 상황도 삼성SDI 못지 않게 답답하다. 현대차에 인수된 후 2005년까지는 흑자 기조를 유지했으나 2006년과 2007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며, 최근에는 유동성 위기 소문에 시달리기도 했다.
기아차의 문제 중 하나는 과거 ‘프라이드’ ‘봉고’와 같은 대표 차종의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모닝'이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경차라는 점에서 이익에 기여하는 수준은 낮아 보인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월 평균 1만대 이상 판매 차종이 7개였고, 이 가운데 아반떼, 쏘나타, 투싼, 싼타페 4개 차종의 월 평균 판매는 7만대를 넘었다. 하지만 기아차는 1만대 이상 판매 차종이 모닝, 쎄라토, 쏘렌토, 스포티지 4개에 그치고, 이들 차종의 월 평균 총 판매 대수는 4만6000대에 그친다. 현대차의 ‘쏘나타’ 같은 차종이 절실한 시점이다.
낮은 생산성 역시 풀어야할 숙제다. 지난해 12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아차가 국내에서 자동차 1대를 만드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37시간으로 현대차(30시간), 도요타(22시간)에 비해 훨씬 더딘 편이다. 최근 기아차 노사가 카렌스 화성공장 생산라인 직원을 모하비 라인으로 전환 배치키로 합의한 것도 이같은 낮은 생산성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게다가 기아차는 해외시장에서 현대차에 비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고, 현재 건설중인 미국과 슬로바키아 공장 준공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있어 부담을 주고 있다. 때문에 이들 공장이 준공돼 가동에 들어가고 해외시장에서 제값을 받을 만큼 품질을 높이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