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혐의로 수배 중인 자에게 신원 확인도 없이 여권을 발급하는가 하면 운영 경비를 사적 용도로 사용하는 등 외교통상부 재외 공관의 비리 및 기강 해이 문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5월부터 6월까지 '재외공관 및 외교통상부 본부 운영 실태'를 감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7일 발표했다.감사원에 따르면 주 멕시코대사관의 경우 담당 영사가 2006년 7월부터 2007년 1월 근무기간 동안 국내에서 사기죄 등으로 수배된 후 멕시코에 거주하는 범죄 수배자 3명에 대해 신원 조사도 없이 여권을 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 일본대사관의 담당 영사 역시 2005년 12월부터 2006년 1월 사이 2명의 범죄 수배자에 대해 여권을 발급했다.

주 독일대사관에 파견된 국방무관의 경우 2006년 1월부터 6월 사이 우리나라 국고에 세입 조치해야 할 부가가치세 등 7500유로를 독일 국세청으로부터 환급받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사실도 적발됐다.1100만원에 이르는 공공 자금을 자기 주머니에 슬쩍 챙긴 것이다.한국은행 역시 2000년 이후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해외 사무소 역할이 축소됐지만 인원은 오히려 늘어나는 등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1998년 42명이던 해외 사무소 인력을 2000년 31명으로 줄였지만 이후 매년 늘어나 2006년에는 47명까지 불어났다.

감사원은 종래의 정무 중심 외교가 경제ㆍ통상ㆍ교민 보호 및 자원 외교로 다변화하는 데 따라 재외공관 인력 및 예산이 크게 확대되면서 예산 집행 및 회계 처리에 있어 부적절한 사례가 다수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감사원 행정안보감사국 관계자는 "한국은행 홍콩사무소 도쿄사무소 등의 경우 보내 오는 정보가 국내에서도 수집 가능한 수준인데도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역할이 축소된 해외 사무소의 경우 폐쇄하거나 인원을 축소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한국은행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