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오는 19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후쿠이 도시히코 일본은행 총재(72) 후임에 무토 도시로 부총재(64)를 지명하고 7일 국회에 동의안을 제출했다.하지만 참의원(상원 격)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등 야당이 반대하고 있어 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이 경우 일본은행 총재 공백 사태도 예상된다.

일본 정부와 여당인 자민당은 11일 중의원ㆍ참의원 운영위원회에서 청문회를 실시하고 14일까지 중ㆍ참 양원의 본회의에서 지명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목표다.

무토 부총재는 옛 대장성에서 잔뼈가 굵은 관료 출신으로 2003년 재무차관에서 일본은행 부총재로 임명됐다. 경제계는 물론 정계에 탄탄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정책 방향은 기본적으로 후쿠이 총재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좀 더 유연하다는 평가도 있다.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는 또 일본은행 총재와 함께 임명될 2명의 부총재로 일본은행 이사를 지낸 시라카와 마사아키 교토대 교수(58)와 경제재정자문회의 민간위원이기도 한 이토 다카토시 도쿄대 교수(57)를 추천했다.

그러나 제1 야당인 민주당이 무토 총재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무토 부총재가 재무차관 출신이란 점을 들어 "재정과 금융의 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게 반대 이유다. 참의원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등 야당이 반대해 일본은행 총재 선출안이 부결되면 '무토 총재' 카드는 무산될 수도 있다. 일본은행 총재는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모두 동의를 받아야 한다.

후쿠다 총리는 "미국의 서프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의 파문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은행 총재가 공석이 되는 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로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그는 "어디 출신이냐가 아니라 어떤 인물이냐가 중요하다"고도 했다.

한편 후쿠이 총재가 임기 중 마지막으로 주재한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행 연 0.50%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