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문화街] 아역배우의 말 못할 고민…"우리 키 안크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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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역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는 한 인기 뮤지컬의 연습실에서 벌어진 일이다. 건물에 들어선 연출가에게 오전 일찍부터 길목에서 진을 치고 있는 여러 엄마들의 은근한 선물 공세가 펼쳐졌다.
연출가가 건물 입구에서 연습실로 가는 짧은 시간 동안 엄마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관심을 끌려는 시도를 했다. 엄마들의 목적은 단 하나다. '우리 아이'에게 좀 더 많은 대사를 주고,좀 더 객석에서 잘 보이게 세워달라는 것이다. 동네 학예회도 아니고 서울 도심의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기회이다 보니 당연한 바람이다.
자기 아이의 연습과정을 밖에서 지켜보다가 성에 차지 않는 엄마들은 속이 타들어간다. 아예 휴식 시간에 복도로 아이를 불러내 직접 꾸짖는 경우도 있다. '너는 왜 연출 선생님에게 좀 더 어필하는 동작을 취하지 못하느냐' 같은 타박을 한다. 연기 지도를 연출가가 아닌 엄마가 하고 있는 셈이다.
만약 이런 타박이 집안에서까지 계속된다면 아이는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부모의 지나친 애정이 낳은 월권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한 후로 연습실 주변에는 엄마들의 접근을 엄격히 제한하는 조치가 취해지기도 했다.
반대로 강남의 한 대극장에서 공연된 뮤지컬에서는 또다른 상황이 발생했다. 장기 공연이 계속되면서 한 아역 배우의 키가 제작진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자라게 되자 캐스팅 규정에 의해 그 아이를 중도하차시키고 다시 키가 작은 배우를 구해야 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그 아역 배우가 엄마에게 자신의 키가 더 이상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서 엄마의 마음이 미어졌다고 한다.
실제로 공연 과정 중에 만나 본 대부분의 아역 배우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린 나이에 큰 무대에 서는 것에 대해 부모 이상으로 강한 집착을 보인다.
그 중 일부는 성장하면 무대에 더 이상 서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느낀 나머지 주목받는 아역 배우로서의 현상유지를 원하는 경우도 있다. 안성기,강수연처럼 아역 배우 출신으로 성공한 '국민 배우'가 있고,1980년대 드라마 '간난이'에 출연했던 김수용은 현재 가장 바쁜 뮤지컬 배우 중 하나가 되었지만 상당수의 아역 배우들은 일찍 시작한 대신 짧은 커리어로 마감하고 만다.
요즘 뮤지컬 공연이 많아지면서 아역 배우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아역 배우들은 대부분 본인의 선택으로 연기를 시작했다기보다는 부모의 결정에 의해 그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많다. 자의든 타의든 배우의 길로 들어선 아이들이 너무 일찍 좌절감을 겪지 않고 예술이나 사회에 대해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어떤 면에서는 그들에게 한국 뮤지컬의 미래가 달려있다고도 할 수 있다.
/조용신 공연칼럼니스트
연출가가 건물 입구에서 연습실로 가는 짧은 시간 동안 엄마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관심을 끌려는 시도를 했다. 엄마들의 목적은 단 하나다. '우리 아이'에게 좀 더 많은 대사를 주고,좀 더 객석에서 잘 보이게 세워달라는 것이다. 동네 학예회도 아니고 서울 도심의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기회이다 보니 당연한 바람이다.
자기 아이의 연습과정을 밖에서 지켜보다가 성에 차지 않는 엄마들은 속이 타들어간다. 아예 휴식 시간에 복도로 아이를 불러내 직접 꾸짖는 경우도 있다. '너는 왜 연출 선생님에게 좀 더 어필하는 동작을 취하지 못하느냐' 같은 타박을 한다. 연기 지도를 연출가가 아닌 엄마가 하고 있는 셈이다.
만약 이런 타박이 집안에서까지 계속된다면 아이는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부모의 지나친 애정이 낳은 월권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한 후로 연습실 주변에는 엄마들의 접근을 엄격히 제한하는 조치가 취해지기도 했다.
반대로 강남의 한 대극장에서 공연된 뮤지컬에서는 또다른 상황이 발생했다. 장기 공연이 계속되면서 한 아역 배우의 키가 제작진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자라게 되자 캐스팅 규정에 의해 그 아이를 중도하차시키고 다시 키가 작은 배우를 구해야 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그 아역 배우가 엄마에게 자신의 키가 더 이상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서 엄마의 마음이 미어졌다고 한다.
실제로 공연 과정 중에 만나 본 대부분의 아역 배우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린 나이에 큰 무대에 서는 것에 대해 부모 이상으로 강한 집착을 보인다.
그 중 일부는 성장하면 무대에 더 이상 서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느낀 나머지 주목받는 아역 배우로서의 현상유지를 원하는 경우도 있다. 안성기,강수연처럼 아역 배우 출신으로 성공한 '국민 배우'가 있고,1980년대 드라마 '간난이'에 출연했던 김수용은 현재 가장 바쁜 뮤지컬 배우 중 하나가 되었지만 상당수의 아역 배우들은 일찍 시작한 대신 짧은 커리어로 마감하고 만다.
요즘 뮤지컬 공연이 많아지면서 아역 배우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아역 배우들은 대부분 본인의 선택으로 연기를 시작했다기보다는 부모의 결정에 의해 그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많다. 자의든 타의든 배우의 길로 들어선 아이들이 너무 일찍 좌절감을 겪지 않고 예술이나 사회에 대해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어떤 면에서는 그들에게 한국 뮤지컬의 미래가 달려있다고도 할 수 있다.
/조용신 공연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