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도 안 쳐보셨습니까? 아이고, 400점 치신다고요. 전 150점도 안됩니다"

7일 오전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 드림레인지골프연습장에 열린 '최경주 선수와 함께 하는 나이키 스모 5900 챌린지'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탱크' 최경주(38.나이키골프)의 구수한 입담은 여전했다.

호남 사투리를 살짝 가미한 말솜씨가 골프 스윙 못지 않게 빼어난 최경주는 이날도 강한 바람과 쌀쌀한 날씨 속에서 100여명의 팬들을 사로 잡았다.

"좋은 샷을 위해서는 그립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그립 쥐는 법을 가르쳐주던 최경주는 뜬금없이 "당구 안 쳐보셨냐"고 물어봤다.

큐를 잡을 때처럼 가볍고도 견고하게 그립을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다음 차례에 레슨을 받은 팬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가 "당구 400점 친다"는 대답을 듣자 최경주는 "아이고, 400점 치신다고요? 전 150점도 안됩니다.

제가 배워야겠습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찬바람이 쌩쌩 부는 가운데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골프 클리닉 동안 최경주의 입담이 워낙 좋아 사회를 맡은 탤런트 최재원은 멀뚱멀뚱 서 있기만 해야 했다.

악센추어매치플레이챔피언십 8강전에서 타이거 우즈(미국)에게 아깝게 진 일을 언급하자 "내가 타이거를 이겼으면 여러가지 곤란한 일이 생겼을 것"이라면서 "타이거의 연승 행진 등 각종 엄청난 기록이 깨질 판이었는데 누가 좋아했겠냐"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그럼 일부러 져준 것이냐"는 질문에 최경주는 "아니 그렇다기 보다는...퍼팅이 알아서 안 들어가더라"고 웃었다.

대회 때 사용하는 골프백을 가리키며 최경주는 "PGA 투어 대회에 나가면 교민들이 와서 그런다.

최 선수 골프백을 보면 마음 속에서 찌릿한 뭔가가 올라온다고. 바로 백에 새겨진 태극기 때문"이라면서 "그래서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고 말해 잠시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PGA 투어에서 성공한 비결은 "남보다 더 많은 연습, 그리고 자신감"이라고 밝힌 최경주는 아마추어 골퍼들도 부단한 연습과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직접 샷 시범을 보인 최경주는 7번 아이언으로 낮은 탄도의 드로 구질, 곧은 방향의 고탄도 샷, 그리고 "이게 내 장기"라며 페이드샷 등을 선보였다.

소니오픈 이후 다시 사각형 헤드가 달린 스모스퀘어 드라이버를 쓰고 있다는 최경주는 20m 높이에 걸린 가로, 세로 4m 짜리 표적을 적중시키는 묘기로 이날 행사를 마쳤다.

최경주는 8일에는 제일은행 고객을 대상으로 한 골프클리닉에 참가하고 9일 온누리교회에서 집사 직분을 받는 등 서울에서 머물다 10일 제주도로 이동, 13일부터 열리는 밸런타인챔피언십에 대비한 코스 적응에 나선다.

(인천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