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 불황? … 경기선행지수 보면 '보인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경기 예측은 더더욱 그렇다.변수가 워낙 많고 복잡한 데다 경제 주체들의 행동이 변해 전망치가 빗나가는 일이 허다하다.그래도 정부나 각종 경제단체들은 경기 예측에 심혈을 기울인다.일기예보를 봐야 다음 날 우산을 가지고 출근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듯이 경제 주체들이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기 예측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 경기는 어떻게 예측할까.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경기선행지수를 참고하는 것이다.이 지수는 장래 경제활동에 영향을 많이 주는 10개 선행지표(건축허가 면적,총유동성(M3),기계 수주액,은행 대출금,코스피지수,순상품 교역조건,소비자기대지수 등)에 가중치를 부여해 산출하는데 통상 6개월 뒤의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처럼 경기선행지수를 활용하는 것은 개별 선행지표들이 서로 상반된 '사인'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예컨대 순상품 교역조건은 나빠지는데 소비자기대지수는 올라갈 수 있다.이런 상황에서 종합적 판단을 하기 위해 경기선행지수를 이용하는 것이다.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와 개별 종목의 관계를 떠올리면 된다.A주식은 오르고 B주식은 떨어지더라도 코스피지수를 보고 그날의 증시가 올랐는지 떨어졌는지를 판단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경기선행지수를 볼 때는 지수 자체보다 지수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감률을 의미하는 '경기선행지수 전년 동월비'에 주목해야 한다.이 수치가 전월보다 올라가면 경기 상승,내려가면 경기 하강 신호로 해석된다.과거 경험상 경기선행지수 전년 동월비가 6개월 연속 하락하면 경기가 실제 침체 국면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실례를 들어보자.통계청에 따르면 경기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는 △작년 9월 6.7% △10월 7.0% △11월 7.2% △12월 7.0% △2008년 1월 5.9%를 기록했다.작년 10월,11월 오름세를 보이다 12월과 올해 1월에는 하락한 것을 알 수 있다.최근 경기 하강 압력이 커졌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이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이 발표하는 기업경기조사(BSI) 결과도 눈여겨볼 만하다.BSI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다음 달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지' 설문조사를 실시해 산출한다.보통 BSI가 100 이상이면 경기나 업황이 좋아질 것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주요 경제연구소나 국내외 금융회사들이 제시하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빼놓을 수 없다.이들 기관은 자체적인 모형을 통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산출하는데 모형에 들어가는 변수가 크게 변하면 전망치를 수정한다.가령 올해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다면 전망치를 바꿀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경제연구소 등은 이 같은 이유로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앞다퉈 내리고 있다.삼성경제연구소는 전망치를 5.0%에서 4.7%로 내렸고 LG경제연구원도 5.0%에서 4.9%로 전망치를 수정했다.해외 투자금융(IB) 회사들도 이미 전망치를 내린 상태다.당초 전망치를 낼 때보다 향후 경제 상황을 더 어둡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장ㆍ단기 금리 차이도 경기 예측 지표로 자주 거론된다.상식적으로 보면 장기금리는 단기금리보다 높은 게 정상이다.돈을 빌려주는 기간이 길수록 불확실성이 늘어나는 만큼 금리가 비싸지는 것이다.하지만 장기 경제 전망이 나빠지면 이런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대신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게 돼 장기금리가 하락한다.반면 단기금리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쉽게 하락하지 않는다.그 결과 장ㆍ단기 금리가 역전되거나 금리 차이가 좁혀지는 현상이 발생한다.과거 미국에선 장ㆍ단기 금리가 역전되거나 역전 조짐이 나타난 뒤 일정 기간이 지난 후 경기가 둔화한 적이 많았다.기간이 길 때는 13개월,짧을 때는 5개월 정도 만에 경기 후퇴가 이어졌다.

국제 유가 추이도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준다.과거 경험으로 볼 때 가파른 유가 상승 후 경기 침체가 뒤따른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다.미국 캘리포니아대의 제임스 해밀턴 교수(경제학)는 유가와 경제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 "2차 세계대전 이전에 미국이 겪은 경기 침체 가운데 한 번을 뺀 나머지는 모두 유가 급등 직후에 나타났다"고 밝혔다.

2차대전 이후도 비슷하다.1973년 1차 오일쇼크와 1978~1980년 2차 오일쇼크,1990년 걸프전 당시 유가가 급등했고 그때마다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에 빠졌다.특히 1차 오일쇼크 직후에는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3.2%나 격감했다.


이명수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통화연구실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