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과 함께하는 알기쉬운 경제] 불황기엔 치마가 짧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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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예측에 꼭 딱딱한 방법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확실히 규명된 경제 이론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에서 경기 전망을 이끌어내는 사례도 많다.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만 립스틱 판매량으로 경기를 예상하기도 한다.경기가 둔화하면 여성들이 값비싼 액세서리 대신 값싼 립스틱으로 멋을 내려 하고 그 결과 립스틱 판매량이 늘어난다는 논리다.미국에서 인터넷 기업들의 거품이 붕괴된 2001년 립스틱 판매액이 전년 대비 7.5% 늘었다고 한다.미니스커트도 마찬가지다.심리학자들은 경기가 나쁠수록 여성들은 자신을 돋보이고 싶은 심리가 있어 미니스커트를 선호한다고 분석한다.이 이야기는 세계적으로 워낙 유명해 '치마길이 이론(skirt-length theory)'으로 불린다.
쓰레기 양이 늘어난다든지,고속도로 통행량이 많아진다든지,놀이공원 입장객이 늘어날 때 경기 호전을 점치기도 한다.소비와 왕래가 많아졌다는 것은 경제 활동이 활발해졌다는 신호라는 것.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회의 전에 늘 뉴욕시내의 쓰레기 양을 체크했다고 한다.
술이나 자동차도 경기에 민감하긴 매한가지다.주류업계에서는 불경기일수록 값싼 소주 판매가 늘고 경기가 좋아지면 상대적으로 비싼 맥주가 잘 팔리는 것이 공식으로 통한다.식품업계에선 불황일수록 달콤한 음식이 잘 팔린다는 속설이 있다.경기 침체로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들이 단 음식으로 마음의 안정을 꾀한다는 것이다.
의류 도매상이 밀집한 남대문시장에는 '남대문 경기'로 통하는 독특한 경기 진단법이 있다.아동복 매출이 줄면 경기 침체의 신호이고 신사복 매출이 늘면 경기가 확실히 살아나는 징조라는 것.보통 가장들이 옷을 살 때 자녀→부모→부인→본인 순으로 사고 경기가 나빠 옷 사는 비용을 줄일 때는 거꾸로 본인→부인→부모→자녀 순으로 축소하기 때문이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