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인터뷰] 알란 팀블릭 서울글로벌센터 관장 … 한국은 '행정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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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불편사항을 원스톱으로 해결해주는‘서울글로벌센터’가 문을 연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지난 1월 이후 지금까지 이곳을 다녀간 외국인은 모두 2500여명,민원처리 건수는 1만여건에 달한다.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이 같은 서비스에 얼마나 목말라 있었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한국경제신문은 7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3층에 위치한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알란 팀블릭 관장을 만나 지금까지의 성과와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먼저 어떻게 서울글로벌센터의 관장을 맡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서울에서만 30년 넘게 살았어요.그동안 여러 직장에 근무했지만 주로 외국인과 한국인 간 교류와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해왔습니다.지난 30년간 서울은 변화를 거듭했고 이미 상당히 국제화된 도시로 변모했습니다.이러한 서울의 국제화를 도와 세계 수준의 도시로 성장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어요.2004년 서울시 외국인투자유치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낸 것도 인연이 된 거 같습니다."
―서울글로벌센터가 문을 연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성과가 좀 있나요.
"서비스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어요.자동차 운전면허,비자입국,각종 증명서 발급 등 행정민원 처리는 기본이고 신용카드 발급,휴대전화 개통 등도 도와주고 있습니다.앞으로 법률,세무상담 서비스도 제공하려 합니다.또 해당 기관과 협의를 통해 외국인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각종 규제나 규정 등을 하나하나 바꿔나갈 작정입니다."
―지금까지 운영상의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신설 조직이다 보니 아직도 이러한 서비스를 모르는 외국인이 많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앞으로 신문 방송 등 미디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할 계획입니다."
―서울글로벌센터의 존재 자체가 아직 서울이 외국인들에게 살기 불편한 도시임을 반증하는 건 아닌가요.
"모국을 떠나면 언어상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하지만 서울이 다른 국제도시에 비해 외국인에게 비우호적인 것은 아무래도 문화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한국인은 교육 수준이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이지만 외국인을 꺼리고 소극적으로 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또 행정의 나라로 불릴 만큼 회사 설립부터 사교클럽 가입에 이르기까지 작성해야 할 서류가 참 많습니다.그런데 이들 서류는 대체로 한국어로만 돼 있어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관련된 에피소드도 많겠네요.
"제 친구 하나가 청소년 럭비시합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적당한 운동장을 물색하고 있었어요.한강변을 낀 한 운동장을 쓰기로 하고 사용신청을 하는데 인터넷으로만 접수를 받더라고요.그래서 홈페이지에 접속해 주민등록번호 대신 외국인등록번호를 입력했지만 가입자체가 거부됐습니다.서울시가 운영하는 그 운동장을 쓰도록 하기 위해 결국 우리 센터 직원이 나서야 했습니다."
―최근 영어몰입교육이 핫 이슈로 떠올랐습니다.영어를 영어로 가르치는 방안에 대해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데요.
"한국의 영어공교육 시스템은 거의 낭비에 가깝습니다.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발음기호를 한글로 적어 'Lunch'를 '런치'로 가르칩니다.한글이 물론 음성학적으로 훌륭한 언어이긴 하지만 'Lunch'를 '런치'로 읽을 경우 외국인은 일반적으로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듣지 못합니다.1980년대 제가 스톡홀름에 있을 때 스웨덴어를 배운 적이 있는데 단 몇주간의 교육만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진 놀라운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이 기간 전 24시간 스웨덴어만 써야 했죠.외국어 교육에 있어서 몰입식 교육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서울글로벌센터가 앞으로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지요.
"단순한 민원 해결의 차원을 넘어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질 수 있는 하나의 통로가 되기를 희망합니다.외국인의 입장에서 비생산적이거나 과도한 규제를 개선시킬 수 있는 촉매제가 돼야 한다는 것이죠.국내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한국 경제발전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하지만 이러한 부분이 종종 간과되곤 하지요.이러한 외국인을 바라보는 인식을 개선하고 각종 오해와 편견도 바로잡고 싶습니다."
―구체적인 방안이 있나요.
"커뮤니티 활동을 통한 상호 교류를 대폭 확대할 방침입니다.국내 초ㆍ중ㆍ고등학교와 손잡고 한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외 문화,생활양식 등에 대해 해당 국가출신 외국인이 직접 설명하게 하는 문화 교류 프로그램을 도입할 생각입니다.한국 사회는 지난 몇년간 이민자의 급증으로 이미 단일문화,단일민족의 개념이 점차 엷어지고 있습니다.이러한 캠페인을 통해 다문화가정 또는 다문화사회에 대한 이해와 관용을 넓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으리라 봅니다."
―서울글로벌센터가 외국기업 유치에 있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요.
"서울시는 외자 유치를 위해 전담조직을 두고 있을 만큼 적극적인 정책을 펴왔습니다.우리 센터는 외국으로 나가 직접적인 유치활동을 펴지는 않습니다.다만 이미 들어와 있거나 신규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지요.안타깝게도 외국의 많은 기업인들은 여전히 서울 근무를 기피합니다.서울이라고 하면 아직도 한국전쟁이나 노조의 폭력시위,비싼 주거비,부족한 교육인프라 등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우리 센터의 노력으로 서울에서의 생활이 안전하고 편리해진다면 또 외국인 투자도 활성화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여러 행정기관에서 파견나온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는데요.
"법무부 출입국관리소나 서울시,중구청,경찰청 등 여러 행정기관과 LG텔레콤,외환은행 등 민간기업에서 파견된 30여명의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각 팀별로 업무가 이뤄지는 데다 서울의 글로벌화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으로 다들 열심히 일하고 있어 팀워크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서울이 글로벌화에 있어서 벤치마킹해야 할 도시는 어디가 좋을까요.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이 대표적입니다.이들 도시는 영어를 공용어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법과 제도가 일관성을 갖고 있습니다.비즈니스에 장벽이 거의 없을 뿐더러 예측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지요.또 태국 방콕도 배워야 할 점이 많습니다.태국 말을 전혀 알지 못해도 방콕 시내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거리쇼핑을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지요.특히 관광산업을 육성하려면 영어와 현지어를 병기하는 방콕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