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과 예술의전당이 비슷한 시기에 셰익스피어 연극으로 맞대결을 펼친다.

국립극단은 오는 14~23일 '테러리스트 햄릿'을 무대에 올리고,예술의전당은 21일부터 4월13일까지 '레이디 맥베스'를 선보인다. 두 공연 모두 흥행성이 검증된 데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잘 살려낸 수작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레이디 맥베스'는 예술의전당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기획한 '최고의 연극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 예술의전당이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관객과 연극전문가로부터 최고의 연극 1위로 선정됐다.

이 연극은 왕을 살해한 후 왕위를 찬탈한 맥베스보다 막후 조종자로 남편을 부추겼지만 죄의식 때문에 미쳐버린 맥베스 부인에게 초점을 맞췄다. 그녀는 왕후의 자리에 오른 후 매일 밤 심각한 몽유 증세를 보이고,최면 치료 중 왕권찬탈의 섬뜩한 과정을 재현한다. 극은 의사가 그녀의 기억을 끌어내는 과정을 축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6년 전 같은 배역을 맡았던 서주희가 이번에도 레이디 맥베스의 광기를 표현한다. 궁중의사는 성격파 배우 정동환이 맡았다. 세계적인 타악연주자 박재천이 긴장감있는 배경음악을 제공한다.

국립극단의 '테러리스트 햄릿'은 지난해 11월 국립극단의 기획 시리즈 '세계명작무대'로 선보였던 작품이다. 그동안 공연된 '햄릿' 가운데 가장 혁신적이고 감각적인 무대연출로 주목받았다.

이번 작품에서 햄릿은 이전의 어떤 극보다도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도 지성적이고,미친 것 같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 우유부단하게 망설이는 햄릿의 특징을 논리적으로 구성했다.

이번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독일 출신의 옌스 다니엘 헤르초크가 연출을 맡았다. 지난해 햄릿 역을 열연했던 서상원을 비롯해 서희승(폴로니어스) 김재건(클로디어스) 남유선(거투르트) 등이 호흡을 맞춘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