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조각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복진 선생(1901~1940년)의 마지막 작품 '소년'이 손기정 선수를 모델로 한 작품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중견 조각가 신은숙씨(52·한국조각가협회 부회장)는 동국대 동국사학회가 발행한 연간지 '동국사학' 제43집에 발표한 논문 "김복진의 '소년'과 그 제작 배경"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김복진 선생은 팔봉 김기진의 형으로 국내 최초로 서양 조각을 한국화단에 도입한 인물. 1940년 조선미술제전 출품작인 '소년'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39세로 요절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6·25 전쟁 때 소실돼 '조선미술전람회' 도록에만 남아 있다.

신씨는 '소년'은 손 선수가 1935년 일본 신궁경기대회에서 우승한 후 시상대에 서 있는 모습,베를린 올림픽에서 우승한 다음 탈의실로 향하는 모습과 신체적인 특징이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해부학적으로 검토한 결과에서도 시상대에서 일본 국가를 듣고 있는 손 선수의 모습은 인체 비례와 팔,근육,쭉 내린 두 팔의 각도와 두 주먹을 쥔 모습,얼굴과 짧은 두발,짧은 운동복 바지차림 등에서 김씨의 조각작품 '소년'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소년이 윗옷을 입지 않은 것은 조형상 김복진의 조각기법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방식의 일장기 말소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