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일주일째인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ㆍ정치자문기구)가 기업주와 프리랜서 등 비즈니스맨을 자본가,농민ㆍ노동자와 구분되는 '신 사회계층'으로 규정했다.이는 기업가 정신을 고취해 새로운 경제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창업 지원 확대 정책과 맥이 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비즈니스맨이 혁신 주체'

중국경제일보는 9일 정협이 1차 회의 예비 보고서에서 사영 기업주 및 종업원,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 직종 및 프리랜서 지식인,외자기업 종업원 등 비즈니스맨을 '신 사회계층'으로 지칭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신 사회계층이 현재 7500만명 정도이며 이들의 보유 자산 규모는 1300조원가량이라고 밝혔다.또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기여도가 33%에 달하고 특정 분야에선 80%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현재 중국 세수의 3분의 1,수출입의 40%에 직접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중국 기술 개발의 70%는 신 사회계층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중국이 갖고 있는 특허 기술의 65%가 이들의 손에서 나왔다며 비즈니스맨이 혁신의 주체로 부상했다고 강조했다.이 보고서는 앞으로 3년 내 신 사회계층의 세수 기여도가 50%를 웃돌 것으로 추정했다.

정협은 일종의 정치자문기구로 채택한 보고서에 구속력이 없지만 중국을 대표하는 권력 기구 중 하나라는 점에서 비즈니스맨을 신 사회계층으로 규정한 것은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홍콩에 있는 중국현대연구소 천잉밍 소장은 "개혁ㆍ개방을 실시한 지 30년이 흘렀지만 중국에는 여전히 자본가와 노동자 및 농민의 두 계층 간 대립적 구도가 존재하고 있다"며 "이런 맥락에서 비즈니스맨을 신 사회계층으로 규정한 것은 기업을 통한 경제 발전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기업가 정신이 성장 동력

중국이 기업을 발전의 중요한 주체로 육성하려는 의지는 창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에서도 잘 나타난다.원자바오 총리는 지난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기업을 통한 기술 혁신을 강조하며 "벤처캐피털의 투자 범위를 확대해 창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중국판 코스닥인 차스닥 설립이 구체화되고 있으며 톈진시는 한국의 제3시장 격인 장외 시장 설립을 목표로 신청서를 제출했다.창업과 사업 초기에 필요한 돈을 조달할 수 있는 다양한 통로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중국 정부는 특히 고도 기술의 산업화를 적극 유도하기 위해 해외 유학생 창업 특별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해외에서 받은 특허권을 자산으로 인정,특허로 출자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유학생 창업센터를 전국에 200곳 세우기로 했다.우수한 기술만 가지고 있으면 돈 없이도 회사를 차릴 수 있도록 한 장치다.

물론 이에 대한 중국 내부의 반발도 아직은 크다.정협의 보고서를 놓고 쑤리칭 전 총공회(일종의 노동연합단체) 부주석은 사회적 양극화를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했다.이와 반면 중국현대연구소 천 소장은 "중국의 경제 발전 과정에서 국영 기업보다 민영 기업의 공헌이 훨씬 더 컸다는 점에서 정부의 신 사회계층 육성 전략은 올바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