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그림도 '혼수품' … 2030 '아티젠'들 결혼 적령기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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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분당 효자촌 박영주씨(여ㆍ31ㆍ회사원) 집 거실엔 강정완 화백의 20호 크기 작품 '사랑'이 걸려 있다.지난해 12월 결혼한 박씨의 아버지가 사위에게 결혼 혼수품으로 준 그림이다.
강 화백을 직접 찾아가 2000만원을 주고 샀다는 이 작품은 연인의 사랑을 붉은 색감에 반추상적 이미지로 표현했다.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김지선씨(66)도 다음 달 24일 결혼하는 둘째딸 미경씨(28ㆍ회사원)의 혼수품에 그림을 포함시켰다.김씨는 중견 화가 정일씨의 작품 '드림'을 청담동 화랑에서 1800만원에 구입,딸에게 주려고 보관하고 있다.
정씨의 작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데다 꿈이란 소재의 그림을 걸어 두면 딸 부부에게 행운이 따를 것이란 생각에서다.
그림이 결혼 혼수로 팔리고 있다.결혼 성수기를 앞두고 서울 청담동 신사동 등 화랑가에는 신혼 부부의 방에 걸어 줄 그림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예화랑,박여숙화랑,카이스갤러리,박영덕화랑 등 강남 화랑가에서는 일주일에 두세 차례씩 예비 부부나 부모들이 화랑을 방문하거나 전화를 통해 신혼 집에 걸 그림을 문의한다.주로 찾는 것은 화목,행운,돈,다산을 상징하는 3000만원 이하의 구상 계열 그림들이다.
11일부터는 아예 '혼수 그림'이란 기획전도 열린다.압구정동 크래프트하우스(02-546-2497)에서 오는 31일까지 계속되는 '혼수품 그림'전에는 작고한 임직순씨를 비롯 김병기 김정수 김호연씨 등 10여명 작가의 꽃을 소재로 한 작품 50여 점이 나온다.
이처럼 그림이 혼수품으로 등장한 것은 예술에 관심이 높은 20~30대의 '아티젠(Arty Generation)'들이 결혼 적령기에 들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아티젠'은 미술 음악 등 예술을 실생활을 통해 즐기는 세대를 뜻하는 조어다.
이숙영 예화랑 대표는 "미술품 혼수 문의가 결혼 성수기를 앞둔 이달 들어 부쩍 많아지고 있다"며 "임직순의 '꽃',김재학의 '장미',이만익의 '가족',정일의 '드림',김원숙의 '사랑',박창돈의 '포도',김근중의 '모란',고영훈의 '호박' 등이 잘 팔린다"고 말했다.
오현금 토포하우스 대표는 "혼수품에 그림을 끼워 넣는 것은 특정 소재의 그림이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막연한 기대와 투자 가치가 있다는 믿음 때문"이라며 "삶을 개척해 나가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사회 풍조와도 관계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강 화백을 직접 찾아가 2000만원을 주고 샀다는 이 작품은 연인의 사랑을 붉은 색감에 반추상적 이미지로 표현했다.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김지선씨(66)도 다음 달 24일 결혼하는 둘째딸 미경씨(28ㆍ회사원)의 혼수품에 그림을 포함시켰다.김씨는 중견 화가 정일씨의 작품 '드림'을 청담동 화랑에서 1800만원에 구입,딸에게 주려고 보관하고 있다.
정씨의 작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데다 꿈이란 소재의 그림을 걸어 두면 딸 부부에게 행운이 따를 것이란 생각에서다.
그림이 결혼 혼수로 팔리고 있다.결혼 성수기를 앞두고 서울 청담동 신사동 등 화랑가에는 신혼 부부의 방에 걸어 줄 그림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예화랑,박여숙화랑,카이스갤러리,박영덕화랑 등 강남 화랑가에서는 일주일에 두세 차례씩 예비 부부나 부모들이 화랑을 방문하거나 전화를 통해 신혼 집에 걸 그림을 문의한다.주로 찾는 것은 화목,행운,돈,다산을 상징하는 3000만원 이하의 구상 계열 그림들이다.
11일부터는 아예 '혼수 그림'이란 기획전도 열린다.압구정동 크래프트하우스(02-546-2497)에서 오는 31일까지 계속되는 '혼수품 그림'전에는 작고한 임직순씨를 비롯 김병기 김정수 김호연씨 등 10여명 작가의 꽃을 소재로 한 작품 50여 점이 나온다.
이처럼 그림이 혼수품으로 등장한 것은 예술에 관심이 높은 20~30대의 '아티젠(Arty Generation)'들이 결혼 적령기에 들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아티젠'은 미술 음악 등 예술을 실생활을 통해 즐기는 세대를 뜻하는 조어다.
이숙영 예화랑 대표는 "미술품 혼수 문의가 결혼 성수기를 앞둔 이달 들어 부쩍 많아지고 있다"며 "임직순의 '꽃',김재학의 '장미',이만익의 '가족',정일의 '드림',김원숙의 '사랑',박창돈의 '포도',김근중의 '모란',고영훈의 '호박' 등이 잘 팔린다"고 말했다.
오현금 토포하우스 대표는 "혼수품에 그림을 끼워 넣는 것은 특정 소재의 그림이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막연한 기대와 투자 가치가 있다는 믿음 때문"이라며 "삶을 개척해 나가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사회 풍조와도 관계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