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호 신임 공정거래위원장(52)은 "시장의 공정 경쟁 환경은 기업들이 숨쉬는 공기요,마시는 물과 같다"며 "불공정 요소가 섞이지 않도록 깨끗하게 관리하되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기업의 부담은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백 위원장은 9일 본지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기업 투자를 활성화시켜 성장 동력을 되살리겠다는 게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고 보면 시장의 경쟁 환경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거래 분야와 맺은 눈에 띄는 인연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대선 캠프에서 경쟁정책에 관한 공약을 만들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공정거래정책의 얼개를 만드는 작업에 깊숙이 관여했다"며 "당시 기업.학계.관가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어딘지 두루 여론을 수렴해 정책의 뼈대를 만들었는데 앞으로 이를 현장에서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현실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장 자리를 더 원했다'는 세간의 추측에 대해서도 "전혀 그렇지 않다"며 "나라의 부름을 받아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일축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대안 마련에 대해서는 "출총제를 보완한다며 전보다 더 큰 규제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공정위가 지배구조 개선에 매달리기보다 공시 등을 통한 투명성 확보를 유도해 자발적으로 시장에 대한 신뢰를 쌓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 위원장은 이에 앞서 지난 8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가진 취임식에서 "출총제 폐지 및 지주회사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것"이라며 "이 같은 작업이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어서 이뤄진다고 생각하지 말고 변화하는 세계 흐름 속에서 적정한 룰을 찾는다는 능동적인 사고로 대처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공정거래 정책의 대대적인 변혁을 예고하듯 공정위 직원들에게 "공정 경쟁의 룰은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하고 기업 입장에서 불편이 없는지 입장을 바꿔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위원장은 "개방화 국제화에 따라 시장의 외연이 확대됐다"며 "공정 경쟁의 기본 틀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바뀌어야 대한민국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또 "정책 집행도 권위적 사고에서 벗어나 소비자와 기업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