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지만 시장의 기온은 오히려 더 싸늘해지는 것 같다.올해 2분기부터 좋아질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감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경기 침체와 고물가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미국 경기는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드는 등 좋지 않은 소식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0일 대통령에게 '올해 경제운용 방향'을 포함한 업무보고를 할 예정이다.하지만 최근의 경제난을 해결할 묘책이 없어 재정부 관계자들이 고민하고 있다.감세와 규제 완화로 경제 성장을 촉진할 경우 물가 불안이 우려되고,물가를 안정시키자니 경기가 위축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 때문에 성장 위주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승용차 요일제 확대 시행이나 에너지 다소비 업종 영업시간 제한과 같은 우격다짐식 대책들을 쏟아낼 가능성이 있다.하지만 이 경우 민간 부문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대외 변수들이 워낙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상황에서 정부의 경제 운용 방안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공산이 크다.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내건 7% 성장은 물론 6% 성장조차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10일부터 유류세가 인하돼 휘발유는 ℓ당 82원,경유는 58원 정도 가격이 내릴 요인이 생겼다.하지만 국제 유가 상승 속도가 워낙 빨라 세금인하분을 순식간에 집어삼킬 공산이 크다.실제로 3월 첫째주 전국 주유소 무연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687원87전으로 전주보다 25원15전 상승했다.경유 가격도 이 기간에 27원52전이나 올랐다.우리나라가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7일 배럴당 96.2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고공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하는 '2월 생산자물가'와 14일 내놓을 '2월 수출입물가'는 이번 주 주목해야 할 경제지표 가운데 하나다.최근 들어 가파르게 오른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12일에는 2월 고용동향(통계청)이 나온다.전년 동월비 취업자 수 증가폭이 예상보다 작을 경우 국내에서도 경기 침체 우려감이 커질 수 있다.통계청이 발표하는 1월 소매판매액 동향(11일)과 금융위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동향 및 향후 감독방향'(12일)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가 환율 금리의 변동성은 이번 주에도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미국 다우지수가 12,000선 아래로 떨어진 만큼 주초 주가 하락이 예상되고,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공세가 거세지면서 환율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성태 한은 총재가 물가 불안을 크게 우려한 만큼 시중금리는 당분간 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다소 우세한 편이다.

경제부 차장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