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를 만난 데 이어 8일에는 전광우 금융위원장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오찬 회동을 했다.강 장관이 주도하고 있는 새 정부 경제팀의 호흡 맞추기가 본격화하고 있는 셈이다.

강 장관과 전 위원장은 이날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업무 현안을 조율하는 정기협의체를 구성하는 한편 정기적으로 인사교류를 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인사교류-협의체 구성

재정부와 금융위는 금융정책과 관련해 불협화음이 생기지 않도록 정기적인 업무 협의를 하기로 했다.수시로 만나는 협의기구를 만들어 단일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금융 업무가 재정부에서 금융위로 이관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정책 혼선을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금융시장 불안 등이 발생해 국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빠질 경우 재정부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아야 하는 만큼 상시적으로 금융 업무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정기적인 인사 교류도 추진하기로 했다.금융위 관계자는 "재정부와 금융위가 한 부처는 아니지만 정기적인 인사 교류를 통해 거시경제와 금융을 두루 경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한 분야만 계속 담당할 경우 시야가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두 부처는 과거 재정경제원 시절 한솥밥을 먹었고 재정경제부 시절에도 일부 인사 교류가 있었기 때문에 이질감이 덜한 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경제운영 방안에서 중요한 툴이 금융이기 때문에 금융 부문을 제외한 거시경제 정책은 의미가 없다"며 "거시경제 흐름 역시 금융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거시경제와 금융 두 부문을 서로 잘 알고 있어야 시너지가 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재정부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금융위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도 있으므로 적절한 '거리두기'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금융위라는 관료 조직에 민간 출신인 전 위원장을 수장으로 앉힌 의미가 반감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강 장관과 전 위원장은 이날 만남에서 재정부와 금융위의 고위 공무원 인사 문제에 대해서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금융위로 넘어간 종전 재정부 금융정책국 소속 고위 공무원들을 어느 부에서 쓸 것인지를 집중 조율했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논의내용도 인수인계

한편 이날 모임에서 강 장관은 전 위원장에게 산업은행 민영화,금산분리 완화,금융소외자 신용회복 방안 등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하고 의견을 구했다.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를 역임했던 사람으로서 인수위에서 의견을 모았던 금융 관련 정책 방향에 대해 일종의 업무 인수인계를 한 셈이다.

인수위는 지난달 산업은행의 투자은행(IB) 부문과 대우증권을 합쳐 '산은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고,지주회사 지분을 매각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한국투자펀드(KIF)를 설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두 사람은 또 금산분리 완화가 국내 금융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소외자 신용 회복 방안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시장 친화적으로 접근한다는 차원에서 연체 이자를 일부 탕감하되 원금은 모두 갚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