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운주에 대한 '치고 빠지기'식 투자로 도덕적 비난을 사온 제버란트레이드가 최근 흥아해운의 지분을 크게 늘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노르웨이 해운사인 골라LNG 계열의 제버란 트레이드는 지난 2월 22일부터 지난 5일 사이에 흥아해운 지분을 종전 6.67%에서 9.24%(219만1840주)로 확대했다.

이 같은 제버란트레이드의 흥아해운 지분 확대는 자산가치를 고려한 단순 투자일 가능성이 높아 일단 '먹튀'는 아닐 것이란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과거 한진해운과 대한해운의 예에서 보듯이 관련 기업들에게 경영권 방어비용만 가중시킨 뒤 수익만 챙겨 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여전하다.

골라LNG는 지난 2003년 12월부터 2004년 6월까지 대한해운을 매입해 19.44%(210만주)까지 늘렸다가 지난 2006년 5월초부터 팔아치워 1000억원을 웃도는 매각차익을 얻은 바 있다.

또한 지난 2004년 11월 한진해운 지분 5.12%를 보유한 뒤 지분을 8.7%까지 늘렸다가 지난 2006년 10월 지분 전량을 이스라엘 해운갑부인 새미 오퍼에게 매각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해당 국내 해운업체들은 골라LNG가 지분을 취득할 때마다 인수합병(M&A)설에 시달리며 경영권 방어에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했다.

흥아해운의 경우 이미 조세회피지역인 버진아일랜드에 거점을 둔 페어먼트파트너즈가 최대주주에 올라선 상황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에 대해 양지환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실적과 자산가치를 보고 투자한 질적 투자인지 아니면 단기적으로 주가를 높인 뒤 빠져나가는 먹튀인지를 판단하기엔 이른 측면이 있다"면서 "하지만 흥아해운의 지분구조가 취약한 것이 사실이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실적 또한 좋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우려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흥아해운은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세번의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급등했지만, 제버란의 지분 확대 소식이 전해지면서 증가폭을 점차 줄여 이날 10시56분 현재 전거래일보다 4.96% 내린 3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