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미국 민주당의 대선주자가 되기 위해 경합 중인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의 최근 선거유세를 보면 마치 좌파 반(反)무역주의자들의 시위대회처럼 느껴진다.

두 후보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비판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클린턴은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작품이었던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체결과 중국 WTO(세계무역기구) 가입협상 성사 등 각종 무역 관련 정책들을 애써 외면하고,새로운 무역협정을 맺는 데 대해 '타임 아웃'을 외치고 있다.

클린턴과 달리 과거 정권에 대한 부담이 없는 오바마의 경우 "NAFTA는 미국인의 일자리를 해외로 빼돌리고 있다"며 NAFTA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무역은 결코 클린턴과 오바마 후보의 입지를 위협하는 요인이 아니다.

자유무역이야말로 미국 근로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생산성 높고 유능한 인재로 활동하도록 돕는 핵심 배경이다.

무역에 대해 개방적인 경제체제는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국가 경제를 부강하게 키울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지금 미국에 필요한 것은 클린턴 후보가 주장하는 무역협상의 '타임 아웃'이 아니다.

농업분야 갈등으로 고착 상태에 빠진 도하개발아젠다(DDA)와 같은 무역 협상의 지속적 추진을 통해 미국 근로자들에게 세계 시장에 진출할 기회 제공을 확대하는 것이 더욱 절실하다.

이러한 무역 협상들은 언제나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만나게 되지만 공산품 관세감축과 같은 무역자유화 정책들은 이미 제자리를 찾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WTO 회원국은 총 151개국에 이르고 있으며 이 중 어느 나라든 서로 새로운 무역협정을 맺을 수 있다.

자유무역협정은 외교 정책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아시아의 오랜 동맹국가인 한국을 예로 들어보자. 현재 클린턴과 오바마 모두 한·미 FTA 비준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FTA비준에 실패한다면 미국이 무서운 기세로 성장 중인 중국의 위협에 시달리는 아시아 동맹국을 도울 생각이 없다는 신호를 한국에 보내게 될 우려가 있다.

클린턴과 오바마는 선거 결과에만 집착해 포퓰리즘에 영합하면서 경제 상황을 오판하고 외교 정책에 대해 무관심한 반응마저 보이고 있다.

차기 행정부가 해야 할 일은 세계를 향한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미국 근로자들이 세계 지식 경제체제에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국내 경제구조를 새롭게 짜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정책에는 교육 시스템 개선과 의료 및 연금제도 개혁 등을 통한 노동유연성 제고,실업자 직업교육 및 재배치 등이 포함된다.

미국의 진정한 자산은 일자리 자체가 아니라 바로 그 직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다.

정리=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이 글은 미국 허드슨연구소의 로드 헌터 객원연구원이 'The Democrats and Trade(민주당과 무역)'란 제목으로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