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횡령 등 과거 도덕성 문제로 국내·외의 책임 추궁에 직면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정 회장과 김동진 부회장 등의 비자금 조성과 계열사 부당지원에 책임을 묻는 주주대표소송 계획을 알리고 참여를 요청하는 서한을 현대차 주주들에 보냈다고 10일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정 회장과 김 부회장 등은 700억원의 회사 자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부실 계열사 지원으로 960억원 및 3600만달러의 손해를 끼쳐 지난해 법원에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다”며 “같은 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도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과징금 451억원을 부과받도록 한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배상금 청구 규모와 관련, 최한수 경제개혁연대 연구팀장은 “횡령액 중 일부는 갚았고 주가 변동에 따른 피해액 등을 고려해 봐야 하기 때문에 아직 확실치 않다”며 “수백억원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대표소송은 소액주주가 이사나 감사 등의 책임을 묻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으로, 배상금이 회사에 귀속되는 공익적 소송이다.

경제개혁연대는 “회사 자산을 늘릴 수 있는 기회이자, 유사한 불법행위 재발을 방지함으로써 현대차의 미래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주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주주대표소송 제기에 필요한 지분은 현대차 발행주식 총수의 0.01%인 2만8467주이며, 경제개혁연대는 소송에 필요한 원고가 모아지는대로 소제기 청구에 나설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아예 정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제 투자자문 서비스 그룹인 ISS거버넌스서비스는 1600여 기관 투자자들에게 보낸 보고서를 통해 “정 회장의 범죄행위가 매우 심각하다”며 정 회사장의 이사직 사퇴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1999년 정 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의 매출과 이익이 크게 늘었지만 불법행위를 묻어두기에는 충분치 않은 성과라고 주장했다.

현재 현대차의 외국인 지분율이 31% 가량인데 비해 정 회장 우호지분이 37%에 달하고, ISS가 의결권을 가진 투자자가 아닌 자문사라는 점에서 정 회장의 재신임이 무산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하지만 정 회장에 대한 잇따른 책임 추궁은 현대차그룹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에는 충분하다.

한편 이날 현대차 주가는 오전에 소폭 상승하다가 경제개혁연대의 소송 계획이 알려지면서 하락반전, 오후 2시 24분 현재 0.31%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