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의 배당금 지급규모가 너무 빨리 늘고 있어 걱정스럽다.

기업 능력을 웃도는 고배당은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필요한 투자여력을 잠식(蠶食)하면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2월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지난달 말까지 배당을 결의한 374개사(전체 시가총액의 93%)의 배당총액이 13조31억원에 달해,이미 전년의 전체 상장사 배당총액(11조6922억원)을 웃돌며 또다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 24조원어치 이상의 주식을 순매도해 지분율이 크게 낮아진 외국인에 대한 배당금도 벌써 전년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는 것이다.

물론 상장사가 고배당을 실시하는 것은 일률적으로 비난할 일은 절대 아니다.

배당은 회사에 관심을 가져준 투자자들에 대한 보답이며 해당 회사가 주주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여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유 자금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주주들의 압력에 못이겨 무리하게 배당을 늘린다면 그것은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결코 기우가 아니다.

2001년만 해도 12월 결산사들의 배당금은 3조8477억원에 머물렀었다.

불과 6년 만에 지출규모가 4배 가까운 수준으로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국민은행 포스코 등 상당수 기업의 배당성향은 해외경쟁업체를 웃돌고 있고,평균 배당성향 또한 20%를 넘어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다.

게다가 증시에서의 자금조달 규모는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을 합한 상장유지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양상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으니 우려(憂慮)가 깊어지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다.

기업에 있어서는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는 일만큼 중요한 게 없다.

그러기 위해선 투자를 확대해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하다.

특히 올해는 미국경제 침체 가능성이 짙어지는 등 대내외 환경이 악화일로여서 그런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

따라서 주주들이 지나친 압력을 넣으면서 기업에 고배당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성장성이 있는 기업에 대해선 배당보다 투자확대를 요구하겠다"고 밝힌 미래에셋이 주목을 받는 것도 그런 이유다.

눈앞의 이익보다 장기적 안목으로 기업의 미래를 생각하는 자세가 확산돼 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