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태 < 무역위원회 위원·경영학 박사 >

이명박 정부가 취임식을 갖고 출범한 지 보름여 지났다.

10여년 전 김대중 정부가 출범할 때 맞닥뜨렸던 내외부 환경이 오버랩된다.

당시는 외환위기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대통령은 일일 외환시세를 확인하고 외국인 중 외환을 공급할 수 있는 인사들은 최우선적으로 국빈으로 모셨다.

금리를 비롯한 주요 경제정책은 일일이 IMF 측과 협의를 해야 했으니 경제 주권을 반납한 형편이나 마찬가지였다.

결과적으로는 세계사에 유례를 찾기 힘든 국민의 자발적 금모으기 등 위기 속에서 힘을 발휘하는 우리 국민의 저력이 발휘돼 조기에 IMF 관리체제를 벗어났다.

국민의 합심으로 당시 앞서거니 뒤서거니 외환위기를 맞았던 여타 국가들과는 달리 대한민국이 외환위기를 극복한 모범사례로 기록될 수 있었다.

그 때와 유사한 점은 우리 경제를 운용하는 변수 중 외부환경이 현재 너무 어렵다는 점이다.

작년 말께 본격적으로 불어닥친 미국발(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채권) 사태는 세계금융의 중심지에서 그간 누적적으로 쌓인 문제가 주택경기의 냉각과 함께 폭발한 것이다.

백업시스템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수 차례 금리처방을 내려도 소비를 비롯한 여타 지표가 호전되지 않고 무역과 금융시장을 비롯한 세계경제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설상가상 약(弱)달러로 인한 파장으로 유가 100달러 돌파와 광물을 비롯한 원자재,급기야는 농산물의 국제 가격마저 급등세를 타고 있다.

에너지자원,광물자원에 식량자원마저 보유국들이 국수주의화하고 여기에 다국적 메이저들이 전략적으로 편승한다면 천연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로서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10년 전 외환위기는 우리나라와 동남아의 국지적 현상이었고 유동성의 불균형(미스매치)이라는,기술적으로 분명한 처방이 가능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외부 경제환경은 범세계적이고 우리에게는 물가의 앙등,교역조건 악화와 성장 억제 및 주식시장 불안정 등 쉽게 풀 수 없는 스태그플레이션 요소가 혼재하고 있다.

외부환경이 이렇게 어렵기는 하나 우리에게는 외환위기 시 보여주었던 우리국민의 저력이 있다.

최고경영자(CEO) 출신 대통령의 등장으로 생산 주체인 기업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각종 규제 혁파와 세제,환경,노사문화 등 여러 분야가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에 맞춰 기업도 기업가정신으로 다시 도전한다는 자세로 선진국 및 천연자원 보유국의 잉여자금이 우리에게 되돌아올 수 있도록 플랜트 수출,선박,건설은 물론이고 그린필드형 투자를 확대해야 할 때다.

그것이 곧 일자리창출과 고부가가치 성장을 견인케 하는 길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국민들과 여타 이해집단이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시적으로 나타난 외환위기에 못지않게 지금의 상황은 오히려 구조적이며 장기적으로 갈 수 있다는 '비관적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각 이해집단의 자기 것 챙기기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거시적 측면에서 인식공유와 책임의식이 요구된다.

예를 들면 한·미 FTA 법안은 찬성이든 반대든 조속히 처리하는 것이 국가적 경쟁력인 우리의 사회자본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이 모든 것을 정부와 기업,시민단체와 국민이 공통으로 고민할 아젠다로 인식해 10년 전의 우리 모습을 되돌아 봐야 한다.

선진국은 멀리도 가까이도 있지 않고 우리 마음 속에 있다.

/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