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사건 등으로 미술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부산 벡스코에서 10일 폐막된 제26회 화랑미술제에 작년보다 1.7배 늘어난 2만1000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작품 판매실적은 영국 데미안 허스트(25억원),미국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4억원) 등 해외작가들의 작품이 고가에 팔려 지난해 28억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난 70억원 수준에 달했다.

정상화 이숙자 전명자 오치균 황주리 변웅필 김덕기 이수동 등 인기 작가 20~30명의 작품은 꾸준히 인기를 끌었지만 일부 작가들의 작품값 조정에 따라 지난해처럼 매진 사례는 없었다.

올해 처음으로 부산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직장인 주부 등 이른바 '개미 투자자들'이 많이 찾았다.

지난해 주목을 받았던 신진·중견작가들의 200만~500만원대 소품과 데미안 허스트,앤디 워홀,장샤오강,리히텐슈타인 등 해외 인기작가의 대작에 매기가 몰렸다.

삼성 비자금 사건에 연루된 서미갤러리가 출품한 데미안 허스트 작품이 25억원에 팔려 화제를 모았고,앤디 워홀의 작품 '꽃' 역시 4억원에 팔려 나갔다.

국내작가 중에는 중견작가 이수동씨의 작품 11점이 팔려 4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으며,재불작가 전명자씨의 출품작 4점 중 3점도 새 주인을 찾아갔다.

30~40대 작가로는 모래를 소재로 그리는 김창영을 비롯해 장기영 박성민 김남용 윤향란 신선미 강유진 이길우 임상빈 데비한 임만혁 권기수 등의 작품이 1~3점씩 판매됐다.

한국화랑협회 측은 지난해 10월에 시작된 미술시장의 침체 기류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다고 자체 평가했다.

하지만 삼성비자금 사건으로 기업 등 '큰손'컬렉터들이 작품구입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미 투자자'들이 앞으로 시장을 떠받쳐줄지는 미지수다.

이명진 선컨템포러리 대표는 "지난해 불티나게 팔린 국내작가들의 전시 작품이 절반 정도 팔렸고,데미안 허스트 등 해외 작가들의 대작에 매기가 몰렸다"며 "국내 미술시장에서 국내외 작가의 양극화 현상을 해소할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