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중장비의 대명사였던 '불도저'가 사라지고 있다.

대부분의 중장비 제조업체들은 생산을 중단했고 몇몇 해외 업체들이 명맥을 유지할 정도만 만들고 있다.

새 정부 출범으로 정치권에서 '불도저(이명박 대통령의 별명)'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10일 중장비 업계에 따르면 1998년 삼성중공업의 건설 중장비 부문을 인수한 볼보코리아는 사명을 바꾼 이후 10년간 불도저를 단 한대도 생산하지 않았다.

불도저와 함께 건설 중장비의 쌍두마차로 분류되는 굴삭기가 매년 수천대 씩 팔려 나가며 급성장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양상이다.

두산인프라코어현대중공업도 불도저 생산을 중단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불도저 시장은 거의 사라졌다고 봐도 된다"며 "판매 실적을 파악하기조차 힘들 정도"라고 설명했다.

볼보코리아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삼성,대우,한라,현대 등 대부분의 국내 중장비 업체들이 불도저를 생산했지만 지금은 어느 곳도 만들지 않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도 수백 개의 불도저 메이커 가운데 살아남은 곳은 두세 곳 정도"라고 말했다.

관련업계는 불도저가 자취를 감추게 된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폭파기술의 발전이다.

예전에는 어지간한 산이나 언덕은 불도저로 밀어내면서 길을 텄다.

하지만 폭파공법이 발전하면서 웬만한 장애물은 화약으로 없애는 탓에 불도저 역할도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굴삭기의 급성장도 불도저의 퇴장을 부추긴 요인이다.

두산인프라코어,현대중공업,볼보코리아 등 국내 건설 중장비 업체는 매출의 대부분을 굴삭기에서 얻는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전체 매출의 35%가량을 차지하는 중장비 부문에서 굴삭기 비중은 90%나 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요즘 웬만한 작업은 굴삭기로 다 처리한다"며 "굴삭기 앞부분에 특수 장치를 달면 불도저 역할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