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와 철강,금,니켈,알루미늄 등의 국제시세가 연일 급등하면서 산업계 전반에 '원자재 쓰나미'를 일으키고 있다.

주력 수출업종인 자동차는 원유에 강판 등 원자재가격까지 하루가 다르게 치솟음에 따라 한 대당 평균 원가가 올 들어서만 벌써 100만원 가까이 올랐다.

지난해 연거푸 운임을 큰 폭으로 인상,수출업계를 옥죄었던 해운업계는 유가의 고공행진이 꺾이지 않고 있다며 상반기 중 컨테이너선 운임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주물업계에 이어 레미콘업체들까지 더이상 원가부담을 자체 소화할 수 없다며 건설업계에 12%의 일괄 납품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공급중단을 예고하는 최후 통첩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 규모와 업종을 가릴 것 없이 거의 모든 산업계에 전방위적인 '원자재값 급등 후폭풍'이 본격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직격탄 맞은 제조업

자동차와 석유화학,해운,레미콘 업계의 시름은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다.

급등세의 강판과 나프타,시멘트 등 원자재의 제조원가 비중이 큰 대표적인 업종이기 때문이다.

현대ㆍ기아자동차는 올 들어 포스코와 현대제철,신일본제철 등이 강판가격을 20% 넘게 올리면서 강판 구매에서만 자동차 한 대당 20만원가량의 추가 비용 지출이 불가피해졌다.

중동산 기름의 기준가인 두바이유 가격도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는 등 고공 비행을 거듭하는 국제유가와 구리,동,아연 등 비철금속 소재 가격 폭등세를 감안하면 전체적으로 차 한 대당 100만원가량의 부담이 늘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금 추세라면 강판을 사는 데만 연간 1조원가량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원가 절감과 생산효율 제고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각종 원자재를 조금이라도 싸게 들여오기 위해 글로벌 아웃소싱에 나서는 등 모든 방안을 강구 중"이라며 "추후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소비자가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레미콘업계도 '실력 행사' 예고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해운사들도 고유가로 인해 급증한 연료비 부담과 미 경기침체에 따른 미주노선 수요 감소로 인해 수익성 확보에 경고음이 켜졌다.

주요 해운사들은 t당 360달러 선으로 잡은 벙커C유 가격이 올해 500달러까지 치솟으면 연간 연료비 부담만 1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5월께 컨테이너선 운임을 전년 대비 5% 이상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레미콘업계는 유연탄 값 상승이 원재료인 시멘트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면서 공급가 인상 없이는 적자 경영이 불가피하다며 실력행사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레미콘 업체들은 최근 고려개발 벽산건설 등 주요 건설업체에 공문을 보내 레미콘 공급가를 ㎥당 평균 4만7000원에서 5만2000원으로 12% 일괄 인상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 상태다.

김영수 협회 상무는 "인내를 갖고 대화를 하되 안 되면 다음 주부터 공장가동을 중단하겠다는 게 업계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수언/이관우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