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7일 965원대를 돌파하면서 외환딜러들 사이에 "심상치 않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당초 외환딜러들은 이날 환율이 950원대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봤다.

그동안 급등세가 이어진 만큼 일정기간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장 막판에 환율이 급등하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특별히 새로운 재료가 없었는 데도 환율이 급등한 것은 '환율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이던 960원 선을 돌파하자 투자자들 사이에 달러 매수 주문이 이어졌고 수출업체들도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달러 매각을 늦추면서 상승폭이 커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당분간 이런 심리가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인근 ABN암로 이사는 "환율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만큼 원·달러 환율이 970~98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원·달러 환율이 당장 '네 자릿수(1000원대)'까지 치고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분명한 것은 환율 상승 요인이 여전한 만큼 쉽사리 약세 기조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원·엔 환율은 원화가치 약세(환율 상승)와 엔화가치 강세(엔·달러 환율 하락)가 맞물리면서 상승폭이 더 커지고 있다.

한 외환딜러는 "최근 엔·달러 환율은 100엔 선 아래로,원·달러 환율은 980선 위로 상승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며 "이럴 경우 원·엔 환율이 1000원 선까지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의 원화가치 약세(환율 급등)는 세계적 추세와는 정반대다.

세계적으로 보면 달러화는 미국의 신용경색 및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주요 통화에 대해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문이 본격화된 작년 11월 이후 최근 4개월간 달러가치는 엔화 대비 10% 가까이 떨어졌고,유로화와 위안화는 물론 대만달러 싱가포르달러 등 아시아 통화에 대해서도 4~6% 이상 빠졌다.

그런데 유독 원화에 대해서만 6%가량 뛰었다.

글로벌 달러 약세 기조속에서 유독 원화만 '나홀로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화 약세가 지속되는 이유는 외국인의 공격적인 국내 주식매도와 경상수지 적자로 기본적인 수급균형이 무너진 데다 3~4월 배당금 송금시즌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외환시장의 전통적인 달러 공급원이 줄어들었지만 이를 메워줄 새로운 공급원은 마땅치 않은 상태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환율주권론'도 환율 하락을 저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통화당국은 그러나 최근의 환율 상승세가 지나치게 가파르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안병찬 한은 국제국장은 "시장 참가자들이 경상수지 적자 등 일부 요인을 너무 크게 보면서 외환시장이 심리적 요인에 많이 좌우되는 것 같다"며 "환율이 너무 빨리 오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