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원자재 가격 급등을 타고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여온 말레이시아 증시가 10일 곤두박칠쳤다.

이날 쿠알라룸푸르 종합지수가 10% 가까이 폭락하면서 쿠알라룸푸르 증권거래소는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한 시간 동안 거래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쿠알라룸푸르 종합지수는 올 들어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지난 1월11일 1516.22포인트까지 오른 뒤 1400선 안팎에서 조정을 받아왔다.

이날 말레이시아 증시가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한 것은 불안정한 정국 때문이다.

지난 8일 실시된 총선에서 말레이시아 집권여당이 안정의석인 3분의 2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정국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말레이시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당연합인 국민전선(BN)은 하원의원 222개 의석 가운데 139석을 차지하는 데 그쳐 원내 3분의 2 의석(148석) 확보에 실패했다.

나머지 81석은 민주행동(DAP) 인민정의당(PJP) 이슬람당(PAS) 등 야당연합이 차지했다.

다수당인 '통합말레이국민기구'(UMNO) 중심의 14개 정당연합인 BN은 1957년 말레이시아 독립 후 지금껏 50년간 집권해 왔으며 원내 3분의 2 의석 확보에 실패한 것은 1969년 총선 이후 39년 만이다.

국민전선은 총선과 함께 실시된 12개주의 주의회 선거에서도 케단 페낭 페락 셀랑고르 등 4개주에서 과반 의석을 야당에 넘겨주는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BN이 이번 총선에서 안정의석 확보에 실패한 것은 다수계인 말레이족(族) 우대정책에 대한 중국과 인도 등 소수계의 반발과 물가 상승 및 높은 실업률 등 경제문제,급증하는 범죄 등 사회문제가 겹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총선 결과로 집권 2기를 맞은 압둘라 아흐마드 바다위 총리의 지도력도 큰 타격을 받게 됐다.

말레이시아를 22년간 철권통치한 뒤 2003년 총리직을 바다위 총리에 넘겨줬던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총리는 "바다위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총리직을 나지브 라자크 부총리에게 넘겨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바다위 총리는 사퇴론을 일축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