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투도 싫다는 겁니다. 원자재 파동으로 회사 살리기에도 급급한데,이사장을 맡겠다고 나서는 후보가 어디 있겠습니까."(한국지함협동조합 관계자)

전국 중소기업의 단위조합과 연합회의 선거시즌이 원자재 파동과 단체수의계약 폐지 여파로 어느 해보다 침체된 분위기 속에 막을 내렸다.

한눈팔 겨를도 없이 회사 경영에만 매달려야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 회원사들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감투도 싫다.회사경영이 더 급해"

9일 중소기업중앙회 및 업계에 따르면 55개 조합.연합회 가운데 12곳에서만 경선이 치러졌다.

이는 58개 조합.연합회 중 5곳이 경선을 치렀던 작년보다는 다소 늘어난 것이지만 선거 분위기는 오히려 더 썰렁했다.

예컨대 전시문화조합 및 염화비닐관조합 등 2곳은 아예 정족수 미달 등의 이유로 아직 선거조차 갖지 못했다.

신임 이사장과 회장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에 당선된 19곳의 조합.연합회 가운데 절반 정도인 강동한(단조) 조남찬(광업) 박기주(도금) 강석진(동물약품) 박태수(어육연제품) 박윤소(조선기자재) 박정일(지함) 박병대(타올) 박복국(지질조사탐사) 등 9명은 추대나 단독출마를 통해 당선됐다.

중소기업 조합들의 선거전 열기가 식은 이유는 무엇보다 2006년 단체수의계약 폐지로 지난해부터 회원사들의 정부조달시장 판로가 좁아진 탓에 회원사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단체장의 역할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기침체와 원자재 파동이 겹치면서 중소업체 대표들이 단체장을 서로 맡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확산된 영향이 적지 않다.

이권도 없는 상황에서 '봉사직'에 가까운 조합업무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간판급' 인물들 대부분 유임

유임된 32곳의 이사장과 회장들은 대부분 경쟁자 없이 단독후보로 나와 만장일치 추대 형식으로 연임됐다.

김진태 공예연합회장(67.썬앤터프라이즈)은 연합회 설립 이래 21년간 회장직을 수행해 왔으며 이번에도 추대를 통해 8선에 성공,앞으로 4년간의 임기를 더 채우게 됐다.

고종환 제유공업조합 이사장(73.세림현미)도 추대로 유임됐다.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의 친형인 손상규 밸브조합 이사장(64.국제기연)은 박빙의 경선 끝에 4선에 성공했다.

특히 이들은 지난해 중기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했던 '중량급' 인사들이어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이외에 중소기업계의 '간판급' 인물로 중앙회 부회장을 지낸 박근규 의류연합회장(62.신라레포츠)과 김경식 콘크리트연합회장(69.군서씨앤씨),박조양 피복조합 이사장(54.선진테코)이 추대를 통해 유임됐다.

한편 이번 선거를 통해 당선된 이사장.회장들은 "정부에서 단체수의계약제도 폐지에 대한 보완책과 원자재 파동에 따른 수습방안을 시급히 내놓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