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나는 아침 7시30분 회의… 공직자는 머슴"

이명박 대통령은 부처 업무보고 첫날,공직자들의 기강을 다잡는 것으로 시작했다.

10일 이뤄진 기획재정부 업무보고 모두 발언에서 15분 내내 '공직자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강조하며 '정신무장'을 촉구하는 발언들을 작심하고 쏟아냈다.

이른바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무원 사회에 뼈를 깎는 수준의 변화와 개혁의 바람을 불어 넣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청와대는 해석하고 있다.

후폭풍이 만만치 않음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9시까지 예정됐던 보고는 참석자들의 '난상토론'이 이어지면서 10시15분께 마무리됐다.

◆'위기나,아닐 때나 같은 자세'=이 대통령은 "지금은 모든 여건이 여의치 않다"고 진단하고,공직자로서의 새로운 결심을 주문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과거 기업체 근무 당시와 비교해 가며 공무원들의 '안일함'을 조목 조목 따졌다.

이 대통령은 "내가 기업에 있을 때,국제여건이 나빠지고 수출경쟁력이 떨어지면 회사 간부들은 잠을 못 잔다"고 회상했다.

이어 "서민이 어렵고,재래시장 상인들이 장사가 안돼 한숨을 쉬고 있을 때 우리 공직자들은 어떤 심정으로 일을 하나"라고 반문한 뒤 "재정에 위기가 오고,일자리가 줄고,이렇게 한들 여러분은 감원이 되나,출퇴근만 하면 된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들이 힘들어도 공무원들한테는 봉급이 나간다.

1조원이 들어갈 사업에 2조,3조원이 들어가도 책임질 사람이 없는데,이런 정신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또 "신분이 보장돼 있다는 걸 갖고 위기나 위기가 아닐 때나 같은 자세"라며 "(회사가) 부도나면 어쩌나,종업원 월급을 어떻게 줘야 하나,이런 심정으로 일을 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 배경에 대해 "표현이 심할지 모르지만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 공직자의 자세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머슴론'제기=이 대통령은 새 정부 들어 유행한 '얼리 버드(Early birdㆍ일찍 일어나는 새)'근무 시스템에 대한 일각의 불만에 '쐐기'를 박았다.

이 대통령은 "회의를 아침 7시30분에 한다고 해서 앞으로 5년간 늘 그런 것 아닌가 하지만,공직자는 서번트(Servant),쉽게 말하면 머슴"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에게 머슴 역할을 했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머슴이 주인보다 늦게 일어나선 역할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공직자 자세 변하면 규제 50% 줄어"=이날 보고는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일방통행식'에서 벗어나 '쌍방향 토론방식'으로 이뤄졌다.

모두 양복 윗저고리를 벗은 채 자유롭게 발제를 하고 이에 대해 참석자들이 의견을 제시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강 장관은 "과거에도 규제완화를 한다고 많이 이야기했는데 기업들이 아직도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공직자들의 자세만 달라져도 규제의 50%는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안 된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 하나도 없다.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실천계획을 꼼꼼하게 세우면 어려워 보이는 일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부처 간의 의견이 다르면 장관들이 밤을 새워서라도 결론을 내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배국환 2차관과,최종구 국제금융국장 등이 감세와 여행수지 적자 문제 등을 거론하자,이 대통령은 "웬만한 문제는 다 제기돼 있는데 나아지지 않고,왜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지 모르겠다"며 "방안이나 아이디어보다 더 중요한 것이 구체적인 실천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