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회(兩會)라 불리는 이 두 행사는 중국 13억 인구의 대표들이 한곳에 모여 국정을 논하는 자리다.
'형식이 내용을 압도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연중 최대 정치행사임에는 틀림없다.
올 양회에선 뜻하지 않은 볼거리가 생겼다.
바로 '선의의 악법' 논쟁이다.
선의의 악법이란 올초 시행된 노동계약법을 두고 하는 말이다.
중국 충칭에서 인터넷 고용사이트를 운영하는 진친 정협 대표는 "노동자의 권익보호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 법이 실제로는 노동자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며 "법을 만든 선의와 달리 악법"이라고 지적했다.
장기 근속자의 평생고용 의무화 등으로 경영 환경을 악화시켜 결국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게 되는,누구도 원치 않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 같은 견해에 대한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부정적 영향의 가능성만을 열거한 억지주장"(장밍치 총공회 부주석)이라는 주장이 쏟아진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반발도 거세다.
일부 네티즌은 '부자들이 끊임없는 탐욕을 부리고 있다'며 흥분하고 있다.
법이 시행된 지 두 달밖에 안 됐다는 점에서 어느 쪽의 주장이 옳은지 판단하긴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노동계약법은 기업의 지속적 발전이라는 조건 아래에서만 존재가치가 있다는 사실이다.
노동자의 권익보호는 이상인 반면 기업의 발전 여부는 현실이라고나 할까.
실패한 현실은 실현되지 못한 이상과 달리 피해를 수반한다.
다분히 이상에 치우친 중국의 노동계약법이 악법으로 전락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법을 근거로 무리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와 현실론을 앞세운 기업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우려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정부가 이번 전인대에서 노동계약법의 강력한 시행을 또다시 강조한 건 이런 맥락에서 걱정스럽다.
중국의 선의의 악법 논쟁은 이제 막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곰곰이 곱씹어볼 만하다.
새 정부가 내세운 실용주의는 바로 선의로 포장된 악법과 악습을 제거하는 일일 터이다.
때로 규제라는 말로 뭉뚱그려지는 선의의 악법은 우리 주위에 너무도 많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목표로 시행된 수도권 공장총량제는 땅값을 올리고 기업들을 해외로 내몰았다.
금융산업의 발전을 내세운 금산분리는 거꾸로 금융업의 국제경쟁력을 낙제점으로 떨어뜨렸다.
선의는 사라지고 대신 피해만 양산해온 법안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널려 있다.
더불어 다음 달 총선에 출마할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금배지를 달기 위해 선의만을 강조한 악법을 공약하거나 옹호하지 말아야 한다.
올초 세계은행 부총재로 뽑힌 린이푸 베이징대 교수는 전인대에서 "빈부 격차가 진보 그 자체"라는 파격적인 말을 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빈부 격차를 진보라고 강조하는 린 교수처럼 뚜렷한 소신을 밝힐 용기까진 기대하지 않는다.
최소한 포퓰리즘에 편승해 선의의 악법을 만들고 편드는 일만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