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렬 < 한국외대 교수·중국경제 >

과거의 경험에 비춰보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새로운 전인대 대표의 상견례와 향후 5년의 기본 방침 천명,그동안의 성과에 대한 찬사 등 의례적 내용으로 채워지곤 했다.그런데 올해 열리고 있는 제11기 1차 전인대는 경제정책 논의가 한창이다.

11.4%에 이른 2007년 성장률을 정점으로 중국 경제가 급랭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가 취해야 할 거시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지도부 내에서도 약간의 뉘앙스 차이가 감지된다.

전인대에서 원자바오 총리는 금년도 경제성장과 물가 목표를 각각 8%와 4.8%로 잡고 긴축정책 기조를 명확하게 밝혔다.

그러나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바람직한 고성장(又好又快)'을 주문해 고성장 기조에 큰 변화는 없을 것임을 시사,헷갈린다.

특히 어떻게 중국 경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세계은행 부총재로 선임된 린이푸 베이징대 교수는 금리를 상향 조정해 물가를 잡고 경기 과열을 조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비해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은 금리 조정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여전히 은행 저축 지급준비율 등으로 유동성을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다같이 위안화 환율의 과감한 평가절상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다.

이들 처방이 먹혀들기에는 중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다.

금리 조정은 취약한 중소기업의 경영 악화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가뜩이나 신노동계약법과 임금 상승,환경 관련 규제와 가공무역 제한,세제 조정 등으로 어려워진 기업에 충격파가 될 것이다.

또 세계 경기 둔화로 미국 등이 금리를 내리는 판에 중국만 올렸다가 국제 투기자본의 표적이 되면 외화유입에 따른 유동성 증가로 물가 및 환율이 압박을 받게 된다.

일부는 위안화 절상의 예상심리를 근절하기 위해 일회성의 큰 폭 절상이 어떠냐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는 쉽지 않다.

국내 물가 상승 및 세계 경기 둔화와 맞물려 중국의 수출경쟁력이 악화되고,이미 유입된 5000억달러 규모의 투기자본이 환차익을 실현한 후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

위안화의 평가절상 추세가 이대로라면 투기자본 유입과 환율 하락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으므로,중국 정부는 오히려 환율 방어에 나설 것이다.

결국 중국은 2007년처럼 은행 저축지급준비율과 공개시장조작,은행 창구지도 등을 통한 유동성 흡수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나 그 효과는 미지수다.

이미 15%에 달하는 지급준비율을 더 높일 경우 자본시장 경색이 예상된다.

가능한 시나리오는 중국 정부가 유동성 과잉과 지나친 위안화 평가절상 방지를 위해 고전하는 동안 물가는 오르고,중국 경기는 과열의 정점을 넘어 하락기에 접어드는 것이다.

이 경우 30년 동안 누적된 개혁 피로 현상이 베이징 올림픽 이후 갑자기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연안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노동집약적 가공수출 업종에 속한 기업의 미래는 매우 불투명하다.

이들 기업의 생존을 위한 대안은 중국 내륙지역이나 동남아 지역으로의 기업 이전이 될 수 있다.

중국 내수 시장과 중앙아시아 시장 진출에 목표를 둔 기업의 경우 쓰촨,후난,윈난,광시 등 내륙 지역으로의 이전을 고려해 봄직하다.

개발 붐과 외자기업 유치를 위한 혜택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가공수출을 염두에 둔다면 내륙지역은 아직 물류비용이 높고 기업환경도 열악하므로 서둘러 기업 전략의 변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올해 중국의 기업환경과 금융시장 상황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