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연일 4ㆍ9총선 공천자를 발표하는 시간이면(대개 오후 4∼6시 사이 기사마감 직전) 서울 여의도당사 4층 기자실은 온통 북새통이다.

명단만 적힌 A4 크기의 배포자료를 확보해 본사로 타전하느라 기자들 간 경쟁이 벌어진다.

최우선 작업은 친 이명박 대통령 진영과 친 박근혜 전 대표 진영으로 공천자를 분류해 통계를 내는 일이다.

생소한 인물은 '친 이'와 '친 박'계로 가르기 어렵다.

물론 '한나라당식' 분류법 자체는 극히 단순하다.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때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경력을 따지면 된다"고 한다.

공천 탈락한 친 박계 의원들이 "정치 보복"이라며 격렬히 반발하는 것을 보면 계파 간 38선이 명백히 그어진 기준이 분명한 것 같다.

그렇게 오로지 친 이-친 박계 구분 정도만 가능한 공천자 명단이다 보니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이른바 '개혁ㆍ감동공천'은 친 이-친 박계 숫자놀음으로만 비친다.

공천심사위원회가 왜 이 사람을 공천했는지 정작 지역 유권자들이 알아야 할 정보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과연 투명하게 심사가 이뤄진 결과인지,어떤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적용했는지를 설명하는 배려가 전혀 없다.

친 이계든 친 박계든 탈락자 대부분이 승복하지 않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들의 하소연에는 당에 배신감을 토로하는 감정의 오물과 자신을 제치고 공천을 따낸 상대방을 향해 퍼부어 대는 폭로성 비난이 즐비할 뿐이다.

12일께면 한나라당의 최대 화약고인 영남권 지역구의 공천자 명단이 발표된다.

친 이계보다 친 박계 현역 의원들의 공천 탈락자 수가 더 많을 경우 개인차원의 반발을 넘어 친 박계의 집단 탈당 등 중대 행동마저 배제할 수 없는 후유증이 예상된다.

기자들은 또다시 전사자와 생존자를 친 이와 친 박계로 분류해 부지런히 카운터해야 할 터다.

공천자 명단이 달랑 실린 공심위의 일방적인 발표자료에 의지한 채 말이다.

개혁공천은 현역 의원들의 물갈이 폭에만 있지 않다.

유권자들은 2%의 배려에도 감동을 받는다.

김홍열 정치부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