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이 10일 단수 후보 신청 지역 55곳의 공천자를 확정한 것을 놓고 공천심사위원회의 '개혁 공천'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초 공심위가 목표로 제시했던 수도권 현역 30% 물갈이도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공천 내정자들의 면면을 놓고 당내에서 정체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55명 중 현역의원 38명 전원은 물론 나머지도 대부분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 출신이기 때문이다.

공심위는 그동안 부정ㆍ비리 전력자를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는 것 못지 않게 '정체성' 문제도 공천 심사의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해왔다.

의정활동에서 당론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거나 욕설과 품위 없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인사들을 걸러내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공천자로 내정된 38명의 현역 의원 가운데 이 같은 원칙에 위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우선 참여정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거나 친노세력으로 분류됐던 의원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또 자신의 정체성과 맞지 않다며 공공연히 탈당 의사를 밝혔던 의원들이 공천을 받았고,민주당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이 지난해 말 이라크 파병 연장에 반대하는 당론을 정했는데도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도 들어있다.

당 일각에서는 "지난 5년간 국정 실패의 책임을 져야 할 친노인사를 포함한 과거 여당 세력을 솎아내지 못하고 다시 전면에 내세우는 건 대선 패배를 딛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려는 통합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비리 전력자들에게 가혹할 만큼 엄중한 잣대를 들이댔던 공심위가 정당의 존립 기반인 '정체성'을 해칠 수 있는 인사에 대해선 너무 관대하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